21대 국회 폐원일인 29일까지 2주일도 남지 않았지만, 여야가 쟁점 법안 처리를 두고 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면서 총 1만6380건의 법안들이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역대 최악'이라는 오명을 쓴 21대 국회가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서는 '진짜' 민생법안을 서둘러 처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5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2만5834건의 법안 중 최종 처리된 것은 9454건에 그친다. 나머지 1만6380건의 법안들은 변수가 없는 한 이달 말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된다.
폐기 수순에 놓인 법안들 중에는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이나 여야가 처리에 합의한 법안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시설 특별법이 대표적이다. 원전 가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나 방사성폐기물을 저장하는 시설의 건립 근거를 담고 있는 해당 법안은 여야 모두 법안 처리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원전 추가 건설이 없다는 약속을 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면서 소관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여야는 '전 국민 25만원 지원금'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채상병 특검법'에 발이 묶여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국 경색'은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이 실제로 행사될 경우 21대 국회 임기종료 직전인 27일 또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 재표결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민생법안 처리 논의가 뒷전으로 밀리면서 21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입법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까지 21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36.6%다. 20대 국회는 37.9%, 19대 국회는 44.9%였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은 21대 국회를 잘 마무리하고, 22대 국회에 미처리된 법안들과 향후 처리 필요성이 높은 법안을 정리해서 인수인계 해줘야 하는 중요한 시기"라며 "여야는 합의 가능한 민생법안들을 처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