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엔 환율이 34년 만에 160엔을 돌파했다가 다시 154엔대로 하락하면서 일본 외환당국의 개입 의혹이 유력해지고 있다. 29일 달러·엔 환율은 오전 한때 160.245엔까지 떨어졌다가 155.01엔으로 회복했다. 오후 4시 40분쯤에는 154엔까지 떨어지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로이터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일본은행이 엔화를 투매하는 것이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당국이 개입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대부분 일본 당국이 개입했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금융분석업체 IG 시장분석가 토니 시카모어는 "(이날 움직임은) 실제 일본은행(BOJ) 개입의 모든 특징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달러 160엔선이 새로운 '저지선'이 될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싱가포르 스탠드차타드 은행의 아시아 거시전략가 니콜라스 치아는 "오늘의 조치가 당국의 개입이라면 일회성 조치가 아닐 것"이라며 향후 엔·달러가 160엔 선으로 낮아지면 더 많은 조처가 나올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에 말했다.
지난주 일본은행의 금리 동결 발표 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에 따라 엔화 투매를 막기 위해 일본 당국이 나섰다는 의심이 나왔다. 일본 당국은 과거에도 보유한 외환을 사용해 엔화를 사들이는 식으로 개입해 왔다. 일본 당국은 2022년 세 차례 환율 방어에만 9조2000억엔(607억8000만 달러)을 지출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일본 당국 개입의 효과성에 있어선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FT에 따르면 일본은행의 야마다 슈스케 외환 금리 책임자는 메모를 통해 엔화 가치를 달러당 155엔 이상으로 유지하려면 일본은행이 금리를 인상할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지속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개입 규모가 2022년에 진행한 액수인 620억 달러보다 커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