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반합'(正反合)은 독일의 철학자 헤겔이 정리한 변증법 논리의 3단계를 의미한다. 정명제‧테제(thesis)로 불리는 하나의 주장과 그에 모순되는 다른 주장 반명제‧안티테제(Antithese)를 사용해 더 상위의 종합적인 주장인 합명제‧진테제(synthesis)를 찾는 과정이다. 도출된 합명제는 다시 정명제가 돼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이를 통해 역사와 민주주의는 발전한다.
그러나 정반합을 이루기 위해선 먼저 '상대방 인정'이라는 대전제가 필요하다. 나의 정명제와 상대방의 반명제 모두 일정 부분 일리가 있으며, 합명제 도출을 위한 대화와 토론이 가능하다는 것을 양해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상대방의 논리‧주의‧주장을 무조건 배척한다면 정반합은 이뤄지기 어렵다. 역사와 민주주의는 파국의 길로 향한다.
사사건건 대립하는 '증오 정치', 상대방의 헛발질에만 기대는 '반사이익 정치', 우리 진영만 옳고 상대방은 틀린 '진영 정치', 현실은 외면하고 대중 입맛에 맞는 정책만 쏟아내는 '포퓰리즘 정치' 등이 그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을 불과 한 달 앞두고 4월 총선이 실시된다. 대통령 1인에게 상당한 권력이 집중되는 대통령제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총선은 현 집권세력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이 승리하면 윤 대통령의 남은 3년 국정 운영은 탄력을 받고, '총선 구원투수'로 등판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유일무이 차기 권력으로 우뚝 서게 된다. 윤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좋아 빠르게 가!'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승리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동력에 타격은 불가피하다. 야권의 승리 정도에 따라 윤석열 정부의 조기 레임덕(권력누수)을 넘어 데드덕(권력상실) 가능성도 제기된다. 동시에 지금까지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패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대선 '로열 로드'는 다시 열리게 된다.
이런 상황이기에 총선 승리를 갈구하는 여야 정치권에서 '상대방 악마화'는 기승을 부릴 수밖에 없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흐리는 정치인들의 교언영색(巧言令色, 교묘한 말과 예쁘게 꾸민 얼굴빛) 역시 고도화된다.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과 엄중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 왔다.
결국 본질은 △지금까지 정부여당은 국정운영을 잘 해왔나 △야당은 정권견제라는 자신들의 본분을 제대로 이행했나 △어느 정치세력에 힘을 실어줘야 나의 삶이 나아질 수 있을까 등일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들이 '증오의 악마화 정치'에 철퇴를 내리는 것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