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제(春節, 음력 설) 연휴 기간인 2월 10일부터 17일까지 박스오피스가 80억 위안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 신기록을 달성했다. 춘제 연휴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기록한 영화 투자사는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1위 흥행작 '열랄곤탕' 최대 승자는 텐센트·자링
중국 영화 예매사이트 덩타에 따르면 연휴 마지막 날인 17일 밤 9시 박스오피스는 80억2000만 위안(약 1조4850억원)을 기록했다. 춘제 연휴 사상 역대 최고치였던 2021년 78억4200만 위안 기록도 갈아치운 것.
소설가 한한(韓寒)이 감독을 맡은 코미디 영화 '비치인생(飛馳人生)2'와 애니메이션 영화 '부니베어: 시공간의 역전(원제: 熊出沒·逆轉時空)'이 각각 23억9400만 위안, 13억9200만 위안으로 2, 3위를 차지했다.
'열랄곤탕'은 투자·배급사만 30곳에 달하는데 최대 승자는 텐센트다. 영화 최대 투자사인 신리뎬잉(新丽电影, 뉴클래식 픽처스)을 비롯해 투자사에 이름을 올린 웨원(閱文)그룹, 치어잉예(企鹅影业, 펭귄픽처스)는 모두 중국 빅테크(대형 인터넷기업)인 텐센트 그룹 산하 계열사다. '열랄곤탕' 흥행에 힘입어 16일 홍콩증시에서 웨원그룹 주가는 하루 새 10% 이상 급등했다.
뿐만 아니라 영화 감독과 주인공 역할까지 맡은 자링도 투자자로 참여해 돈방석에 올랐다. '열랄곤탕' 영화에는 자링이 공동 출자자로 참여한 다완위러(大碗娛樂)와 원이샤오훙(文藝小紅), 그리고 자링의 절친이 창업한 치샤오마(騎小馬)도 투자사로 참여했기 때문.
이 밖에 자링의 2021년 감독 데뷔작으로 흥행에 성공한 영화 '니하오 리환잉(妳好,李煥英)'의 영어판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인 소니픽처스도 이번 '열랄곤탕'의 해외 배급사로 참여했다.
반면 2021년 '니하오 리환잉'의 최대 투자자로 참여했던 베이징원화(北京文化)는 최근 적자난과 허위 실적보고 등으로 어려움에 빠지며 이번 '열랄곤탕' 투자자 명단에서 자취를 감췄다.
'지는 별' 화이브라더스·완다필름···영화계 '세대교체'
'비치인생2'로 돈방석에 오른 건 유명 소설가에서 영화감독으로 변신한 한한이다. 그가 직접 창업한 팅둥(亭東)픽처스가 '비치인생2'의 제작사이기 때문.사실 팅둥픽처스는 한한이 직접 메가폰을 잡은 영화 제작에만 주로 참여했으나, 근래 들어선 한한과 무관한 스릴러 영화 '살파랑(殺破狼·貪狼, 파라독스)', 판타지 영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解憂雜貨店)', '지구에서의 최후의 밤'과 같은 예술 영화에도 투자하는 등 장르를 넓혀나가며 영화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는 모습이다.
흥행 3위를 기록한 '부니베어' 제작사는 화창팡터(華強方特)다. 부니베어는 원래 중국의 인기 TV 애니메이션이었는데, 2014년부터 극장판으로 제작돼 올해로 벌써 10편째 영화로 제작한 것이다. 화창팡터가 그간 1~9회 부니베어 영화 시리즈로 벌어들인 흥행수입만 57억 위안 이상에 달한다. 화창팡터의 부니베어 IP(지식재산권) 수입도 회사 매출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
특히 화창팡터는 최근 부니베어를 테마로 한 첫 테마파크 리조트를 오픈하고, 부니베어 IP를 적극 활용한 부니베어 호텔, 티셔츠, 블라인드박스, 오르골 등을 내놓으며 디즈니와 같은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탈바꿈 중이다.
중국 온라인매체 제몐망은 이외에도 열랄곤탕, 비치인생2, 부니베어 등에 투자한 차이나필름을 비롯해 알리바바픽처스, 마오옌필름, 루이픽처스, 헝뎬필름 등이 이번 춘제 흥행 영화에 다양하게 투자했다고 소개했다.
특히 제몐망은 이번 춘제 극장가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베이징문화·화이브라더스·완다필름·보나픽처스 같은 기존의 전통 강자들이 '지는 별'로 자취를 감추는 대신, 알리바바픽처스·차이나필름·헝뎬필름, 그리고 자링의 신리뎬잉이나 한한 팅둥픽처스 등 '샛별' 영화사들이 흥행작을 내놓으면서 차츰 영화계에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이번 춘제 연휴 극장가에서 관객들이 외면하자 조기 '철수'한 영화도 있다. 류더화 주연의 '홍담선생((紅毯先生)'이다.
'홍담선생' 제작사 측인 상하이 환스시문화 측은 지난 16일 돌연 '철수'를 선언하며 적절한 시기에 다시 재개봉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영화의 황제'란 제목으로 부산영화제 폐막작으로도 선정했던 이 영화는 남우주연상 수상에 실패한 배우가 서구 영화제 수상을 노리고, 한 영화에 출연하면서 벌어지는 얘기를 코믹하게 담은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