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등 각종 거래에서 본인 의사 확인용으로 활용되던 인감증명 제도가 도입 110년 만에 대폭 개선된다. 또 앞으로는 난임부부가 시술비를 지원받거나, 국민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등이 예방접종비 지원을 받을 때 필요했던 관공서 발급 서류들이 모두 사라질 전망이다.
정부가 연간 약 1조2천억원의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향후 3년간 1498종의 민원·공공서비스를 관공서 구비서류 없이 신청하도록 개선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행정·공공기관간 데이터 칸막이를 허물어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 간 1498종의 민원·공공서비스를 구비서류 없이 신청하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정부는 우선 오는 4월부터 국민체감도가 높은 100종의 민원·공공서비스를 대상으로 구비서류를 없앤다. 난임부부가 시술비를 지원받거나, 국민기초생활수급자나 장애인 등이 예방접종비 지원을 받을 때 필요한 관공서 발급 서류 각 4종이 모두 사라진다. 이어 올해 말까지 고용장려금 등 321종 서비스에도 '구비서류 제로화'가 적용된다.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 등이 고용장려금을 신청하거나 지자체, 공항 등의 공영주차장 주차료 할인 등을 신청할 때 필요한 서류도 필요 없게 될 예정이다.
이처럼 장부는 올해 4월 국민체감도가 높은 100종 민원·공공서비스를 대상으로 제로화 서비스를 제공한다. 올해 말까지는 고용장려금 등 321종 서비스에도 추가 적용한다. 총 구비서류 중 30%를 디지털로 대체해 연간 약 1조2천억원의 사회적 비용 절감할 것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지난 1914년부터 110년간 유지돼온 인감증명제도도 디지털 방식으로 개편한다. 읍면동 주민센터를 직접 방문해야만 발급받을 수 있는 인감증명서를 보다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일반용 인감증명서 중 재산권과 관련이 높은 부동산 등기용, 금융기관 제출용을 제외한 용도는 오는 9월부터 정부24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한다. 자동차 온라인 이전 등록을 할 때에는 내년 1월부터 간편인증으로 인감증명서를 대체한다. 부동산 등기를 할 때에도 개인이 인감증명서를 등기소에 제출할 필요 없이 법원 등기관이 인감대장 정보를 열람해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불필요한 인감증명 사무도 정비한다. 관행적으로 인감증명을 요구하는 사무는 원칙적으로 폐지하고, 인감증명이 꼭 필요하다면 근거 규정을 마련하도록 한다. 현재 인감증명을 요구하는 사무는 총 2608건이다. 이 중 단순 본인확인 등 필요성이 낮은 2145건(82%)을 2025년까지 없애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이를 통해 인감증명서를 발급받고 제출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인감증명이 중요한만큼 정보보호에도 신경쓸 방침이다. 고기동 행안부 차관은 "인감은 사실확인이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인감을 온라인으로 보기 위해서는 본인인증 수단을 2가지 이상 복합적으로 활용하고 발급 즉시 본인에게 통보하는 등 보안상 안전조치를 충분히 갖춰둘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된 예산은 정부24에 배정된 예산 등을 활용할 계획이다.
지난해 발생한 행정망서비스 장애 등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이에 대해 고 차관은 "행정망 이중화 및 데이터 백업 등 다층적인 대비책을 세워 행정망 장애 등의 사고가 나더라도 서비스가 중단되는 일은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 디지털정부는 2023년 OECD 평가에서 세계 1위를 달성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우수사례로 인정받아 왔다"며 "행정의 디지털화를 선도하는 국가로서 구비서류 제로화와 인감증명 혁신을 시작으로 정부가 가진 데이터와 정보를 활용하여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더욱 편리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은 "디지털은 국민의 권익 보호와 사회 전반의 공정한 환경 조성을 위한 강력한 도구이기도 하다"며 "최첨단 디지털 기술과 혁신적인 제도의 혜택을 국민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상생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