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연초부터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촉발된 건설업 리스크로 비제조업 기업들의 경기 둔화 체감 폭이 컸다. 기업들은 다만 다음달 업황에 대해서는 이달과 비슷하거나 소폭 개선될 것이라며 일부 기대감을 드러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에 따르면 전 산업 업황BSI는 69로 전월(70)보다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당 지수는 작년 10월부터 3개월 간 같은 수준을 유지해오다 연초 한 풀 꺾였다. 이달 기업경기실사지수는 한은이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전국 3349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수화한 결과로, 조사 대상의 95%(3524개 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진행됐다.
업종 별로는 제조기업들의 1월 중 체감경기가 71으로 전월 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 플라스틱 가공품 매출이 늘면서 고무·플라스틱 제조기업 업황이 14포인트 상승했고 1차 금속과 화학물질 제조기업도 주요제품 가격 상승과 원자재가격 하락, 중국 화학제품 재고 증가율 둔화 등 영향으로 각각 8포인트, 5포인트 상승했다. 기업 규모와 형태 별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내수기업과 수출기업 모두 전월 대비 1포인트 상승했다.
1월 중 비제조업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전월 대비 3포인트 낮은 67을 기록했다. 연말 예산소진 차원의 IT컨설팅 수주효과가 줄면서 정보통신기업들의 기업경기실사지수가 지난 12월보다 8포인트 하락했고 건설업 역시 최근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사태로 인한 조달금리 상승과 원자재 가격 상승 악화로 5포인트 하락하며 직격탄을 입었다.
향후 업황 전망에 대한 기업들의 시각 역시 업종에 따라 엇갈렸다. 제조업체들의 다음달 업황전망지수는 전월보다 2포인트 높은 71로 조사됐다. 제조기업 가운데선 석유정제·코크스 업황이 20포인트 급등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1차 금속 기업들도 한 달새 6포인트 상승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비제조업 기업들이 예상한 다음달 업황전망지수는 전월(68)과 동일했다. 비제조업 가운데선 운수창고업과 건설업 전망이 각각 7포인트, 4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관측됐다.
기업들은 제조업과 비제조업을 막론하고 불확실한 경제상황을 최대 경영애로사항(제조업 21.9%, 비제조업 19.7%)으로 꼽았다. 제조기업들은 그 뒤를 이어 내수부진(20.7%)과 인력난·인건비 상승(11.7%)을 경영 상 애로사항으로 언급했다. 비제조업 기업들의 애로점도 경제 불확실성에 이어 내수부진(18.3%)과 인력난·인건비 상승(15.1%) 순으로 나타났다.
한편 기업과 소비자 등 모든 민간 경제주체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지표인 1월 경제심리지수(ESI)는 전월 대비 0.1포인트 상승한 91.5를 기록했다. 순환변동치 또한 전월보다 0.1포인트 높은 93.4를 나타냈다. 해당 지수는 장기평균치(100)을 기점으로 지수가 100을 하회하면 기업과 가계 등 모든 민간 경제주체의 경제심리가 과거 평균보다 악화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