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출수수료'를 두고 빚어진 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홈쇼핑 갈등이 조만간 마침표를 찍을 예정이다. 그간 비슷한 갈등을 겪어온 다른 사업자들도 비슷한 수순을 밟고 있다. 하지만 올해 예고된 재계약 단계에서 이같은 갈등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고 있다. 학계는 정부가 수수료를 책정할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시각과 가격 개입이 오히려 사업자의 자생 능력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견해를 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스카이라이프와 현대홈쇼핑 송출수수료 최종 합의안이 이번 주에 나올 전망이다. 애초 양사는 지난주 금요일에 합의안을 내기로 했으나 불발되며 미뤄진 상태다.
종합유선방송(SO)과 홈쇼핑 간 수수료 갈등은 최근 몇 년 새 업계 전반으로 퍼진 상황이다. 앞서 CJ온스타일과 LG헬로비전은 큰 틀에서는 합의를 이뤘지만, 아직 세부 협상은 논의 중이다.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 강남케이블티브이의 송출 중단을 예고했으나 양사 합의로 일단락됐다.
홈쇼핑은 상품 공급업체에서 판매수수료를 받고 SO 방송채널에서 상품을 판매한 뒤, 판매 금액을 기준으로 SO에 송출수수료를 내고 있다. SO 측은 홈쇼핑이 유료방송에서 상품 판매 방송을 하고 있지만 실제 결제는 인터넷·모바일로 유도하고, 수수료 산정을 위한 매출에는 이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 매출보다 낮은 수수료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방송을 내보내는 방식이 TV 등 매체에 불과했을 당시 홈쇼핑 업체들은 큰 비용을 내고서라도 인기 높은 케이블방송 채널을 선점하려고 애썼다. 가능하면 낮은 숫자 채널인 이른바 '황금 채널'을 확보해야 매출이 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바일 등 방식으로 쇼핑 경로가 다양화하면서 필요성이 줄었다. 최근 몇 년 새 모바일 쇼핑 이용자가 급격하게 늘면서 해당 매출도 증가했다.
올해 계약만기에 따른 협상을 다시 해야 하는 사업자들은 벌써 골치가 아프다는 의견이다. 통상 SO와 홈쇼핑 계약은 연 단위로 체결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송출수수료의 합리적 산정을 위한 새로운 매출액 집계 기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터넷·모바일 매출 가운데 어디까지를 유료방송 채널과 연동된 매출로 볼지에 대한 기준 마련이 쉽지 않고, 홈쇼핑이 제공하고 있는 데이터로는 검증에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다.
유성진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는 SO와 홈쇼핑채널 간 수수료 가격을 시장 논리에만 맡길 수 없는 이유는 가격이 정확해야 사업자들 상생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교수는 "가격 책정을 사업자에만 맡겨놨더니 왜곡된 데이터가 이용되며 협상력이 센 사업자 의견대로 흘러가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료방송을 통해 홈쇼핑을 본 이후에 모바일 등을 통해 구입하는 경우, 어느 사업자의 매출로 봐야 하는가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누구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가 아닌 상생해야만 생존할 수 있는 업계 특성에 맞춰 정부가 수수료 산정 기준을 책정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반면 SO와 홈쇼핑채널 간 갈등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다 보니 골치 아픈 상황이지만, 이는 관련 산업이 커질 대로 커지면서 발생한 업계 간 생존 싸움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시장 내부에 대한 이해도가 완벽하지 않은 정부가 가격 산정에 개입하는 것은 어느 쪽이든 오히려 산업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대 교수는 "소비자에 손해를 끼치거나 소비자 권리를 헤치는 사회적 상황으로 번진다면 정부 개입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다만 "지금 상황에선 길고 지루한 싸움이라도 사업자끼리 합의를 도출, 자생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방향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래야 서로 구속력이 존재하는 협상을 도출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