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업계가 새해부터 우수고객(VIP) 제도 등급 기준을 잇따라 상향 조정했다. 고물가 속에서도 고가품 소비가 줄지 않으며 VIP 고객 수가 많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은 최근 VIP 고객을 대상으로 내년도 VIP 선정을 위한 기준 변경안을 안내했다.
그간 신세계는 구매실적 상위 999명을 ‘트리니티’ 등급으로 분류해 별도로 관리하고, 연간 구매 금액이 1억원 이상과 6000만원 이상인 고객을 ‘다이아몬드’ 등급으로 관리해왔다.
트리니티와 다이아몬드 등급 사이에는 연간 구매 금액이 1억2000만원인 새로운 등급도 신설한다. 플래티넘 고객은 기존에는 4000만원 이상만 구매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5000만원 이상 써야 하고 골드등급도 2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기준이 높아졌다.
기존에 1500만원과 800만원으로 이원화했던 블랙 등급은 1000만원 이상으로 기준을 통일하고 레드 등급 산정 기준은 4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렸다.
현대백화점도 내년도 VIP 산정을 위한 기준액수를 일부 올렸다.
자스민 블랙 등급은 기존에는 1억2000만원 이상 구매하면 됐지만, 올해부터는 1억5000만원 이상 구매해야 한다. 자스민 블루는 8000만원 이상에서 1억원으로, 자스민은 5500만원에서 6500만원 이상으로 각각 기준이 높아졌다.
VIP 고객들에게는 라운지 이용과 발레 서비스, 무료 주차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된다. 프라이빗 세일이나 정상가격 제품에 대한 할인, 문화 공연 초청 등의 혜택도 주어진다.
백화점 업계는 코로나19 이후 보복 소비로 고가품 구매가 늘어난 상황에서 명품 가격이 잇따라 올라 VIP 선정 인원이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해 국내 백화점 중 연 매출 3조원과 2조원을 기록한 매장이 연이어 나오는 등 대형점 위주의 매출 성장세는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VIP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조치란 분석도 나온다. 그간 VIP 수 증가로 라운지 이용 등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지속돼 왔다. 이에 백화점 업계가 진입장벽을 높여 충성고객 관리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20~30대 고객까지 명품 소비가 늘며 백화점마다 VIP 고객 수가 포화 상태”라며 “서비스 향상과 쾌적한 시설 이용을 위해 일부 조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