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6일 사과와 배 등 16대 설 성수품의 공급을 역대 최대 규모인 25만7000t으로 늘리겠다는 설 민생대책을 발표했다. 성수품 공급 규모는 지난해 20만8000t과 비교해 약 24% 증가했다.
특히 지난해 기상재해 등으로 생산량이 크게 줄어 가격이 급등한 사과와 배는 계약재배 물량(2만9000t), 농협 물량(4만5000t), 민간 산지 출하 등으로 평년 공급량인 12만t 이상을 출하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농축수산물 할인 지원에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840억원을 투입하고 유통업체 자체 할인을 더해 16대 성수품을 6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급등한 과일 가격을 낮추기 위해 수입 과일에 대한 할당관세 적용 확대 방침도 내놨다.
김한호 서울대 농경제사회학과 교수는 "단기간 공급량을 늘린다고 해서 이미 오른 물가를 잡을 순 없다"며 "특히 최근 들어 일부 작물의 가격 불안정성이 심화돼 농가 경영 위험이 커져 국내 공급망 기반도 약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성수품 공급 계획도 사실상 최근 가격이 치솟은 사과와 배만 공급량이 배로 늘었고 나머지 수산물은 지난해 공급 계획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감소했다. 대표적으로 고등어의 경우 지난해 1만5656t에서 올해 6888t으로 반토막 났다. 설 명절 대책 기간 총 공급량과 평시 대비 공급량도 전반적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고 성수품 항목도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중소기업 지원도 '제자리걸음'이다.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명절 유동성 지원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인 38조5515억원 규모의 자금을 공급한다고 하지만 지난해 공급 규모인 38조5500억원 대비 15억원 증가에 그쳤다.
이 외에 설 이후 시행하거나 아예 연관이 없는 내용도 이번 민생대책에 포함되면서 '생색내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기부금 인센티브 강화, 중소기업 재직 청년 전세자금 대출지원 확대,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 등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설 명절과 연관성이 없더라도 1분기에 특별한 이벤트가 있는 대책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며 "여러 대책을 종합적으로 설명하고 알리고자 민생안정대책에 포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