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박인비의 새로운 홀을 향한 도전

2024-01-24 09:51
  • 글자크기 설정
골프여제 박인비는 “이까짓 거, 반드시 넣을 수 있다”라는 마인드를 가지고 퍼팅을 한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때 빛을 발했다. 손가락 부상으로 올림픽 출전 자체가 어렵다는 평가가 있었지만 박인비는 이를 극복하면서 금메달을 따냈다. 당시 116년 만에 올림픽 종목으로 부활한 여자 골프에서 16언더파 268타로 세계 골프 역사상 첫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명예까지 얻었다. 이를 계기로 그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을 꿈꾸기 시작했다. IOC 선수위원은 국가 당 최대 한 명만 보유할 수 있으며, IOC 선수위원이 없는 나라도 많다. 100세 시대가 일반화 된 요즘, ‘35세’라는 젊은 나이에 많은 것을 이미 이뤘고 다시 새로운 것을 이루기 위해 도전에 나서는 박인비. 늘 끊임없이 새로운 미션을 꿈꾸는 박인비 선수를 만나 그의 삶과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박인비 선수 사진 김호이 기자
박인비 선수 [사진=김호이 기자]


처음 골프 선수를 하게 됐던 이유는 뭔가
-아버지가 워낙 골프를 좋아하셨었고 제가 골프를 시작했던 98년 당시가 박세리 프로님께서 US Women`s Open에서 우승하셨던 해였다. 우연히 경기를 보면서 감동을 받아서 골프를 시작하게 됐다.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것들을 거의 다 이뤘는데 그동안 무엇을 향해 달려왔고 지금은 무엇을 위해 달려가고 있나

-지금까지는 다른 거 생각 없이 골프를 잘하는 골프선수가 되고 싶었다. 이제는 은퇴를 생각하면서 스포츠 전반에 영향을 주는 스포츠 선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박인비에게 1등을 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게 있다면 뭔가
-지금은 1등을 하는 것보다 가족과 아기가 더 중요해질 때가 왔다. 작년에 아기가 태어나면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박인비에게 골프를 잘한다는 기준은 뭔가
-우선 잘 쳐야된다. 우승 많이 하고 골프장 안에서 골프 선수로서 삶을 살 때는 1등을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결과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자기 할 일을 가장 잘했을 때가 누구나 제일 멋있는 것 같다. 골프장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잘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초심과 현심에 있어서 달라진 마음가짐이 있나

- 별로 없다. 항상 초심을 잃지 말자는 게 인생의 모토처럼 생각 하고 있어서 정말 힘들어서 포기 하고 싶었을 때 어떤 힘으로 내가 다시 일어났나를 생각하면 가족들의 사랑이었다. 가족들의 사랑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낼 수 있어서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골프를 한다고 했을 때 부모님의 반응은 어땠나
-너무 좋아하셨다. 워낙 예전부터 아버지가 골프를 했으면 좋겠다고 얘기를 했었다. 할아버지랑 아빠랑 저까지 3대가 라운드를 나가는 게 꿈이셨다.
인터뷰 장면 사진 김호이 기자
인터뷰 장면 [사진=김호이 기자]


박세리,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을 보면서 꿈을 키웠고 이제는 누군가의 롤모델이 됐는데 후배 선수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게 있다면 뭔가
- 지금은 골프가 인생의 모든 것이지만 인생의 전부에서 빼는 작업이 필요하다.
골프가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골프가 안될 때 엄청나게 힘들다. 골프가 큰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골프장 밖으로 나오면 골프의 결과와 상관없이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골프 외에도 삶을 넓은 눈으로 바라보고 다른 재미도 찾아가면서 다시 돌아오지 않을 20대의 시간들 마음껏 즐기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전성기를 지나면 코치로 사는 게 이득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럼에도 프로 활동을 그만두지 않는 건 직업을 넘어서 소명 때문일까
- 저는 영구시드를 갖고 있는데 코치보다는 선수가 더 잘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가르치는 건 저희 남편이 잘하는데 사람은 잘하는 걸 해야된다고 생각한다. 저는 골프를 더 잘하기 때문에 골프의 끈을 아직 놓고 싶지 않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뭐라고 생각하시나
-프로는 골프선수가 직업이자 밥 먹고 출퇴근 하듯이 골프를 하는 게 프로다.
결과가 내 밥줄과 직결되어 있는 게 프로다. 프로는 골프 박사이다. 아마추어는 즐기면서 해도 된다.
사진 김호이 기자
[사진=김호이 기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
-남편의 역할이 굉장히 컸다고 생각한다. 남편한테 코칭을 받으면서 새로운 골프를 하게됐고 테크닉도 좋아지면서 골프 선수로서 한단계 성장 할 수 있었다. 남편과 투어를 다니고 부모님께 사랑을 받으면서 내면이 행복과 사랑으로 가득찬 사람이 돼서 골프 선수로서 성공을 할 수 있었다. 행복한 사람이 되려고 노력을 하다보니까 골프도 자연스럽게 잘하게 됐다.
 
박인비에게 행복의 기준은 뭔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별 걱정없이 오늘 하루를 지낼 수 있고 남편과 아이를 아무 생각없이 바라 볼 수 있는 게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남편과 가족이 되기 전과 후 달라진 게 있나
-결혼한지 10년이 됐지만 아직 신혼처럼 잘지내고 있고 처음부터 워낙 좋은 사람이라서 달라진 건 없다. 그렇지만 딸을 키우고 나서부터는 더욱 단단해지고 완성된 가족의 느낌이다.

딸이 골프선수가 되겠다고 하면 뭐라고 할건가
-너무 좋다. 적극적으로 서포트해서 훌륭한 골프선수가 될 수 있도록 할 거다.
 
축구나 야구는 함께 하는 팀이 있고 수영이나 달리기는 명확하게 그어진 자기 레이스가 있는데 팀웍도 라인도 없는 골프는 걷는 동안 어떤 생각을 하나
-별의별 생각들을 다 한다. 온갖 잡생각들을 많이 한다. 일상에서 사람들이 일을 하지 않을 때 하는 생각들을 한다.
 
겁 없이 도전했던 것 중에 그때 하지 않았더라면 후회가 됐을 만큼 지금의 박인비를 만들어 준 도전이 있나
- 2009년부터 슬럼프 기간이 있어서 골프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로 죽도록 힘들었지만 그게 내게는 큰 도전이었다. 그때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단단하게 성장을 하지 못했을 거고 그 기간에 남편을 만나서 남편의 도움을 받아서 새로운 도전들을 할 수 있었다.
 
슬럼프를 어떻게 이겨내나

-스윙 때문에 온 슬럼프가 컸다. 스윙 교정과 안좋은 습관 때문에 안좋은 공이 나오다 보니까 부정적인 생각들이 들어가면서 멘탈도 많이 무너졌었다. 골프 테크닉 트레이닝을 받으면서 좋아졌고 남편이 무한한 서포트를 해줘서 사랑의 힘도 컸다고 생각한다.
스윙 중인 박인비 사진KLPGA
스윙 중인 박인비 [사진=KLPGA]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선수위원에 도전을 하게 된 계기가 뭔가
- 2016년에 리우올림픽을 경험하면서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처음 겪었다. 그 무대가 너무 멋져서 매료됐는데 그때부터 올림픽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었다. 우연히 작년에 좋은 기회가 찾아와서 선수 위원에 도전 할 수 있는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았다. 그래서 스포츠 행정가로서 첫발을 내디딜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2016년부터 꿈꿔왔던 일이라서 주저하지 않고 도전했다.
 
박세리 감독은 리치언니, 김연경 선수는 식빵언니로 불리는데 박인비 선수의 이름 앞에 붙었으면 하는 별명이 있나
-아직까지는 생각나는 건 없는데 좋은 별명 잘지어주시지 않을까 싶다(웃음). 어릴 때부터 별명이 없어서서 기대된다.
 
삶에서 우선순위로 두고 있는 게 있다면 뭔가
-지금은 가족이고 일과 골프다. 골프가 현역으로 퍼포먼스를 내야되는 게 아니라서 골프가 뒷전으로 밀렸다.
 
좋아하는 일을 오래하기 위한 방법이 있나
- 번아웃이 되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조금 돌아가더라도 조금씩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메세지 작성 중인 박인비 선수 사진 김호이 기자
메시지 작성 중인 박인비 선수 [사진=김호이 기자]


올림픽을 TV에서 보다가 직접 경험해보니까 어땠나
-TV에서만 봤을 때는 먼 얘기 같고 응원을 하는 입장이었다면 선수로서 TV 속에 들어가니까 되게 좋았다. 다른 대회와는 다른 감동이 밀려왔다.
 
많은 대회에 출전하지만 올림픽이 주는 매력은 뭔가
- 스포츠를 통해서 전세계가 하나가 되는 빅이벤트이고 모든 선수들의 페스티벌이기 때문에 다함께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국가대표가 된다는 게 큰 의미다.
 
직업병이 있나. 그리고 그 직업병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있어서 어떤 영향을 주나
-직업병은 없다. 현역 때는 쉬는 날에도 연습을 해야되는 연습병이 있어서 뭐라도 해야 마음의 죄책감이 없어졌다.
 
골프를 인생에 비유할 때가 많은데 골프가 인생 같다고 느꼈던 순간이 있나
- 많이 느낀다. 매 라운드 마다 골프가 인생같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많은데 그중에서도 '어떻게 나한테 이런 시련을 주지'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은데 골프에서도 하루에만 여러번의 디봇에 들어갈 때 골프가 인생 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때 좋은 샷을 해서 어려운 역경을 이겨낸 버디는 다른 버디보다 값지다. 모든 부분들이 골프가 인생의 레슨같다.
박인비가 전하는 메세지 사진 김호이 기자
박인비가 전하는 메세지 [사진=김호이 기자]

 
선수 생활의 노력들을 보상 받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
- 매순간이 골프선수로 살았기 때문에 누린 거라고 생각한다. 따뜻한 집에서 잠을 자고 멋진 사람과 결혼해서 예쁜 딸을 낳고 많은 분들이 박수쳐주는 직업을 가진 것도 골프를 통해서 얻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 훌륭한 골프선수로 기억해주셔서 감사하다. 인생 1막을 훌륭한 골프선수로 살았다면 인생 2막은 스포츠계에 좋은 영향을 끼치는 선수로 살고 싶다.
 
IOC 선수위원 외에 인생2막의 꿈이 있나
- IOC 선수위원이 되든 안되든 이 경험을 통해 큰 성장을 할 것 같다. 이 경험을 토대로 많은 일들을 도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꾸준하게 목표와 꿈을 향해 달려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말씀 해달라
- 꿈이 항상 이뤄지는 건 아니지만 꿈에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면 꿈 이루던 안 이루던 깨달음을 얻을 수 있을 거다.
박인비 선수와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박인비 선수와 김호이 기자 [사진= 김호이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