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각각 오는 28일과 26일에 조직 개편을 담은 연말 정기 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이들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건 부회장직의 존폐다. 국내 8대(KB·신한·하나·우리·NH·BNK·DGB·JB) 금융지주 가운데 현재 부회장 제도를 유지하는 곳은 KB·하나금융이 유일하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부회장 제도가 외부 후보군을 차단하고, 폐쇄적인 경영 문화를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화가 금융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금감원은 최근 지배구조 모범 답안을 내놓고 금융지주를 향해 올바른 지배구조 정립을 주문했다. 전날 BNK금융은 정기 인사에 이런 모범안을 반영하기도 했다.
먼저 KB금융은 부회장직 폐지를 염두에 둔 연말 인사·조직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허인·이동철 KB금융 부회장은 올해 새롭게 취임한 양종희 회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부회장직을 내려놓고 은행·카드 고문으로 물러났다. 또 차기 부회장 후보로 볼 수 있는 인물들의 인사도 정해졌다. 이재근 국민은행장과 이창권 국민카드 대표는 지난 14일 연임 수순을 밟았고, 박정림 KB증권 대표는 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대표직에서 내려왔다. KB금융 부회장직은 부문장과 함께 금융지주 조직 최고 단위인 '부문'을 총괄하는 자리인 만큼, 현 부문 체제 안에서는 부회장직 폐지에 따른 혼란도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이 지난 2012년부터 2021년까지 하나금융을 이끄는 동안 함영주 회장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부회장은 최종 후보군(쇼트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함 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부회장직을 맡아 내부 입지를 탄탄히 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마지막 2년에는 함 회장과 함께 부회장직을 맡았던 이진국·이은형·지성규 부회장은 모두 현직 회장, 은행장 등에 밀려 조용히 물러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