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인 티빙과 콘텐츠웨이브가 인수·합병(M&A)을 전제로 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현재 지분 구조 등 M&A 조건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합의로 조건을 확정하면 내년 초 본 계약을 맺을 전망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과 SK스퀘어는 전날 각 사 OTT 자회사인 티빙과 콘텐츠웨이브를 합병하는 등 협력을 추진하는 내용의 MOU를 체결했다. CJ ENM은 티빙 지분 48.85%, SK스퀘어는 콘텐츠웨이브 지분 40.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양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한 이후 M&A 절차에 본격 돌입하게 된다.
이번 합병이 성사되면 국내 월활성이용자(MAU) 기준 1000만명을 보유한 대형 OTT 플랫폼이 탄생한다.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에 따르면 올해 8월 티빙의 MAU는 540만명, 콘텐츠웨이브는 439만명이었다. MAU 1223만명을 기록한 넷플릭스와 경쟁할 만한 규모로 커지는 셈이다.
SK스퀘어는 이번 합병으로 재무투자자(FI)의 자금 회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앞서 콘텐츠웨이브는 지난 2019년 5년 뒤 상장을 전제로 미래에셋벤처투자·SKS프라이빗에쿼티에서 2000억원을 투자받았다. 상장에 실패하면 원금에 수익률 3.8%를 더해 돌려줘야 한다.
양 사 주요 주주가 합병 법인에 남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재 콘텐츠웨이브는 SK스퀘어 외에도 SBS·MBC·KBS 등 방송 3사가 각각 지분을 19.8% 확보하고 있다. 티빙은 CJ ENM을 비롯해 KT스튜디오지니(13.54%), 미디어그로쓰캐피탈제1호(13.54%), 에스엘엘중앙(12.75%), 네이버(10.66%) 등도 지분을 손에 쥐고 있다.
다만 합병 법인이 OTT 플랫폼을 통합해 제공할지는 미지수다. 티빙과 콘텐츠웨이브에 중복 가입한 이용자가 많아, 하나의 플랫폼으로 콘텐츠를 제공하면 오히려 전체 이용자 수가 감소할 수 있어서다. 각 사가 드라마·예능·스포츠 등 분야별로 쌓은 콘텐츠 역량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영향이 있다. 미국의 콘텐츠 업체 월트디즈니컴퍼니는 OTT 서비스 '훌루' 인수 이후에도 훌루 서비스를 별도 진행 중이다.
업계는 토종 업체 간 합병으로 한국형(K)-OTT의 해외 진출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를 지낸 김용희 오픈루트 연구위원은 "OTT 플랫폼 사업자의 콘텐츠 수요가 줄어들면서 콘텐츠 수급 비용이 안정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여러 방송사와 콘텐츠 업체 등이 갖춘 브랜드 가치가 결합돼 해외 시장 진출이나 다른 산업 연계 모델을 만들기가 더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