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걸톡] "경제적 관점 치우친 기후위기 대응, '두더지 잡기식' 악순환 우려"

2023-11-26 16:12
  • 글자크기 설정

루이 코제·김락현 교수, '지구시스템법' 대안 제시

루이 코제 남아프리카공화국 노스웨스트대 연구교수가 지난 17일 사단법인 선 주최로 열린 '인간 너머의 지구법학'이란 국제 콘퍼런스에서 발제하고 있다. [사진=사단법인 선]
"섬나라가 아닌 부동산이 잠긴다고 하면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아직 기후위기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없는 것 같다." (김락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글로벌 환경 거버넌스 교수)
 
"지구의 위기는 구성원들이 함께 책임진다는 인식, 공통된 위기감(shared vulnerability)을 인지해야 한다." (루이 코제 남아프리카공화국 노스웨스트대 법학부 연구교수·영국 링컨대 지구시스템법 선임교수)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유엔 등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지속가능발전목표(SDG), 교토의정서, 파리기후협약 등 다자간 협력을 이어왔다. 다만 기업과 선진국 주도로 기존 경제 질서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온건하게 이뤄져 왔다. 

이에 대해 일부 학계에서는 경제적 관점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하려는 시도가 "너무 단편적 접근"이라며 효과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
 
루이 코제 교수와 김락현 교수는 지난 17일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국제 환경법 조약이 엄청나게 복잡하고 어려워진 국제 정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지구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즉각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제 환경법 '지엽적'···문화적 가치 인정도 필요"
이들은 국제사회가 이끄는 기후위기 대응책이 지엽적이라고 본다. 국제법상 새로 심은 나무로 만든 숲과 수천 년 된 아마존 숲을 같은 '숲'으로 정의하는 점을 예로 들었다. 이는 아마존 숲을 베어버리고 바로 싹을 심어버리는 식으로 기업들이 삼림 벌채 혐의를 피하는 결과를 낳았다. 김 교수는 "동식물 훼손을 생명 가치가 아닌 물건, 시세로 처벌하는 법체계에서 자연을 보호하려고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경제적 관점에서 기후위기에 접근한 SDG, 공급망 실사, ESG 등에 대해 방향성이 잘못됐다고도 평가했다. 코제 교수는 "자유 경제적 관점에만 집중한 SDG는 전 지구적 통합성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든 '탄소배출권 거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나라가 다른 나라에서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할당량보다 많은 양을 배출할 수 있게 한 제도다.

그런데 탄소배출권 거래를 통한 이득을 보기 위해 오히려 대규모 토목공사를 벌이고, 댐을 짓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기후위기를 경제적 관점으로 환원해서 접근하다 보니 조류·어류 등 자연이 입을 부차적인 피해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된 것이다. 
 
기업이 경영 절차에서 환경과 관련한 문화적 가치를 인지하지 못해 더 큰 비용을 물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1990년대 네덜란드 한 지역에서는 원주민들이 공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당시 이 공장이 공업용 처리수를 강으로 흘려보냈고 그 강을 신성시하던 원주민들이 이를 막기 위해 제기한 소송이다. 

공장은 환경오염에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강을 사용해 오던 원주민 손을 들어줬다. 비록 원주민이 승소했지만 자연을 둘러싼 지역민과 문화에 대한 입장을 도외시한 기업에는 처리수 비용에 소송 비용까지 발생하게 됐다. 김 교수는 "의사 결정으로 인한 피해를 더 포괄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며 "원주민 등이 왜 의사 결정권을 가져야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루이 코제 교수와 김락현 교수가 지난 17일 '인간 너머의 지구법학' 국제 콘퍼런스에서 기조 발제한 후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사단법인 선]
 
"전 지구적 문제···다양한 이해관계자 의사 반영해야"
이들은 기후위기 대응책이 일부 환경문제 해결에 그쳐 다른 문제는 방치되고 이에 따라 더 큰 피해를 가져오는 악순환을 '두더지 잡기'에 빗대면서 '지구시스템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코제 교수는 "이런 상황을 최대한 예방하기 위해 지구 시스템적인 이해와 접근법이 필요하다"며 "새로운 환경 윤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구시스템법의 핵심은 '연결'이다. 지구 반대편 지역에서 발생한 위기가 내가 사는 곳까지도 이어지고 동식물의 위기가 인류에 대한 위기로도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존 질서 내에서는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를 경제적 수치를 통해서만 이해하다 보니 전체적인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 대응책을 경제적 영향에만 국한해 설계하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의사 결정 과정에 정부·기업뿐만 아니라 과학자·동식물·지역 주민 등 이해관계도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핵심 주장이다. 이들은 의사 결정이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총체적으로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뤄져 현재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고 평가한다. 김 교수는 "전 지구적 문제니까 다양한 이해관계자들 의사를 반영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구시스템법의 목표는 국가가 이른바 '지구의 수탁자'가 될 정도로 정책 설계 과정에 자연에 대한 피해가 반영되는 것이다. 현재 국제 환경법은 자유 경제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고안됐지만 지구시스템법은 필요에 따라 이를 제한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탈탄소 흐름에서 선두에 선 기업들이 전략 중 하나로 지구시스템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들은 현재 지구시스템법에 관한 태스크포스(TF)를 공동으로 이끌고 있다. TF 모태인 '지구 시스템 거버넌스 프로젝트'는 2009년 유엔 후원을 받는 글로벌 변화 연구 네트워크에서 시작했다. 전 세계 학자 80~90명이 모인 TF는 내년부터 지구시스템법이 정책과 어떻게 접점을 찾을지, 어떤 국제 협약이 필요할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