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부터 3박4일간 이뤄진 영국 국빈 방문을 앞두고 영국 일간 더 텔레그래프와 인터뷰를 가졌다. 런던에 21일 배포된 텔레그래프지에 소개된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윤 대통령의 그런 국제정세 인식을 영어로 인쇄해서 런던에 배포했다. 윤 대통령의 회견내용은 베이징(北京) 시각으로 20일 오후 3시 30분에 시작된 중국외교부 마오닝(毛寧) 대변인의 뉴스브리핑에서 다뤄졌다. 신화통신 기자의 질문내용은 이랬다.
“나도 관련 보도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내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국은 국제문제에서 중요하고 건설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자신의 책임과 이익을 분명하게 알고 있으며,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은 할 필요가 없는지를 다 알고있다. 남이 손짓발짓(指手畵脚) 할 필요는 없다. 대만문제는 순전히 중국의 내정(內政)이며, 절대로 외부세력의 간섭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남중국해 문제에서도 중국과 동맹국들은 능력과 믿음, 지혜로 문제를 잘 처리하고 있다. 한국은 남중국해 문제의 당사국이 아니니, 성가시게 떠들(湊熱鬧) 필요가 없다.”
마오닝 대변인의 답변은 한마디로 “윤 대통령은 오지랖 넓게 말하지말라”는 것이었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들이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손짓발짓(指手畵脚)’, ‘성가시게 떠든다(湊熱鬧)’같은 표현에서 그런 감정이 묻어났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브리핑은 대변인의 개인 의견이 아니며, 외교부 내부 회의를 거쳐 발표되는 것이 보통이다.
이날 브리핑에서 한국 연합뉴스 특파원이 “샌프란시스코 APEC회의에서 왜 한·중 정상회담이 이뤄지지 않았는지 그 이유를 물었다. 마오닝의 대답은 “시진핑 주석과 윤석열 대통령은 APEC회의에서 간단한 접촉(互動)을 했으며, 국제적인 다자 회담에서 리더들이 상호 접촉하는 것은 통상 있는 일이며 그 형식은 다양하다”는 것이었다.
영국은 중국에게 1840년부터 두 차례의 아편전쟁을 통해 100년간 반(半)식민지의 아픔을 안겨준 대표적인 유럽국가다. 윤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한 데 대해 중국은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으며, 중국 외교부 브리핑장에서 이뤄진 신화통신 기자와 마오닝 대변인의 문답내용은 중국 외교부가 윤 대통령의 영국 방문 전후를 아주 상세하게 들여다보고 있다는 점을 잘 보여준 것이었다. 윤 대통령이 영국 방문을 앞두고 더 텔레그래프 지와 가진 회견에서 대만문제와 남중국해 문제를 언급했으니 중국 외교부로서는 시니컬한 반응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대만문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지난 16일 샌프란시스코 APEC 회의를 계기로 이뤄진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간의 정상회담에서 중요한 문제로 언급됐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대만문제는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이며, 가장 민감한 문제”라고 말하고 “미국은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보여주고, 대만을 무장시키는 행동을 정지해서, 중국의 평화통일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보여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마침내 통일을 할 것이며, 통일은 필연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중국의 체제를 바꾸거나 동맹을 강화해서 중국에 반대하는 행동을 하지않을 것이며,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다짐했다.
대만문제에 대한 중국의 기본 입장은 지난해 10월 16일 중국공산당 당대회(전국대표대회)에서 채택된 공보에 분명하게 나타나있다. 중국의 정치체제상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공산당의 결정이며, 이 결정은 5년마다 개최되는 당대회에서 채택된 공보(公報)에 나타난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시진핑 국가주석도 이 공보의 결론을 외국 정상들에게 풀어서 말하는 것뿐이다. 지난해 20차 당대회에서 채택된 공보에서 대만문제에 대한 결론은 “평화통일과 일국양제(一國兩制) 방침이 최적의 방식이다”라는 것과 “대만은 중국의 대만이며, 대만문제의 해결은 중국인들이 스스로 결정할 문제로, 최대의 성의를 다해 평화통일의 전망을 쟁취하되, 결코 무력사용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표현으로 정리됐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바이든과 만난 시진핑의 언급은 이 표현의 범주 안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시진핑이 중국 인민해방군에게 2027년에 대만통일을 할 준비를 하라는 명령을 내려놓았다”는 미국발 전언은 당대회에서 채택된 결의안에는 없는 표현이다.
요즘 들어 유튜브에는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높아지는 분위기를 타고 부쩍 중국의 대만 침공 시나리오와 중국과 대만의 전쟁 시뮬레이션, 한반도의 주한미군이 중국 대만 전쟁에 끌려들어가는 과정에서 한국도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하기 위한 전쟁에 개입하게 될 거라는 이야기들이 많이 나돌고 있다. 이 이야기들은 주로 워싱턴에 있는 CSIS(Center for Strategic & International Studies ·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나 캘리포니아 샌타모니카에 있는 RAND corperation 같은 전략문제 싱크탱크들의 보고서를 근거로 생산되고 있다. 어디까지나 미국의 시각에서 예상해본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한 가능성과 미국의 대응 시뮬레이션을 제시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 서울대 산업공학 박사 출신의 중국 내 한국기업 주재원 30년 경력의 중국전문가 이철 박사(63)가 <이미 시작된 전쟁>이라는 책을 출간해서 주목을 받고 있다.
대만 출신의 아내와 결혼해서 중국에 주재해왔다는 저자는 <이미 시작된 전쟁>에서 “중국은 대만을 침공하기 전에 북한을 부추겨서 남한을 먼저 공격하게 한 다음 대만을 침공할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저자는 미 싱크탱크 CSIS가 지난 1월에 발표한 ‘다음 전쟁의 첫 번째 전투: 중국의 타이완 공격에 대한 워게임 결과(The first battle of next war : Wargaming a Chinese invasion of Taiwan)’에서 모두 24회의 워게임을 실시한 결과를 소개하면서, 중국의 대만 침공이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 정리한 다음과 같은 결론을 전했다. “한국은 중국의 군사력뿐만 아니라 미국과 일본의 주의를 산만하게 만들기 위해 중국의 지원과 부추김을 받은(incentivised) 북한의 적대행위도 두려워해야 한다.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주한 미 공군 전력의 절반을 한국에서 빼내고 절반은 한국 보호를 위해 남겨둘 것이다.”
저자는 그러나 이 같은 견해는 중국과 대만에 초점을 맞춘 미국 워싱턴의 시각에서 본 것이고,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한반도에는 중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고, 한국과 미국에 대한 증오심에 가득 차 있으며, 수십년 동안 전쟁을 준비해온 북한을 활용하려 들 것이 뻔하다”는 주장을 폈다. “더구나 중국에 가장 가까이 있는 적은 바로 주한미군과, 미국이 전시작전권을 갖고있는 한국군이며 한국군은 50만 병력이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400만 병력으로 확대할 수 있는 세계 6위의 군사 강국이다. 따라서 중국은 주한미군과 한국군에 대한 사전조치 없이 대만을 공격할 수 없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저자는 중국에서 살면서 알게 된 중국인의 사고방식에 비추어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먼저 북한을 부추겨 북한이 한국에 최소한 연평도 포격 이상의 충격과 인명피해를 입힐 수 있는 사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대만 문제는 중국에게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며, 2027년까지 국가주석 3연임에 성공해서 장기집권에 들어간 시진핑에게는 대만과의 통일보다 중국 인민들에게 더 좋은 선물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우리 외교당국자들은 대만 문제로 불필요하게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는 조언을 하고 싶다.
필진 주요 약력
▷서울대 중문과 졸 ▷고려대 국제정치학 박사 ▷조선일보 초대 베이징 특파원 ▷인천대 중어중국학과 초빙교수▷현 최종현학술원 자문위원 ▷아주경제신문 논설고문 ▷호서대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