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금융판 연명치료, 내년 총선까지 버티나

2023-11-22 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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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르피에드 강남 홈페이지
[사진=르피에드 강남 홈페이지]

"만기 연장은 정말 '언발에 오줌 누기'예요. 당장의 다급함을 해소하는 건데, 무슨 수로 돈을 벌어서 13%짜리 이자를 내겠습니까."

금융시장에 잘 설계된 구조 이면에 언제 터질지 모르는 뇌관으로 남아 있는 '브릿지론'이 있다. 브릿지론은 시행사가 부동산을 개발할 때 필요한 토지의 매입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대출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로 가기 위한 다리를 놓아준다는 의미로 브릿지론이라고 부른다.
요즘 브릿지론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최근 부동산PF 부실 도미노의 진원지가 될 것으로 우려된 '르피에드청담' 브릿지론 만기가 1년 더 연장된 게 계기가 됐다. 4640억원 규모의 르피에드청담 브릿지론의 선순위 투자자인 새마을금고중앙회가 만기연장 여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하면서 금융시장은 한동안 '살얼음판'을 걸었다.

긴장감은 2금융권에서 유독 고조됐다. 브릿지론은 담보 없이 '사업계획'만 보고 돈을 빌려줘야 하는 데다가, 사업 인허가도 승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빌려주는 자금이므로 금융 리스크가 높다. 주로 저축은행, 캐피탈사, 카드사, 중소형 증권사 등 2금융권이 고금리로 취급하고 있다. 만약 부실이 발생해 사업장이 경매로 넘어갈 경우, 브릿지론을 취급한 2금융권은 대출 금액 전부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높다. 이들 금융기관의 피해는 결국 금융 소비자들에게로 이어진다.

최악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르피에드청담 대주단은 대출 만기연장을 결정했다. 르피에드청담처럼, 올해 상반기에만 대출 만기가 도래한 PF 사업장 10곳 중 7곳은 만기연장을 택했다.

이 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시간을 벌면 된다'는 식의 정부의 계산이 있었다. 금융위원회는 금리가 오르면서 부동산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자 올해 초 PF 대주단 협약을 가동해 만기연장을 적극적으로 유도해왔다. 한국은행이 내년께 기준금리 인하에 돌입하면 부동산 경기도 회복될 거라는 기대와 희망을 심어주면서 말이다.

정부 기대와 달리 내년에도 고금리 기조가 이어진다면 '르피에드청담'은 어떻게 될까. 연체이자는 쌓이고 땅값은 떨어져 손실이 불어날 가능성이 있다. 손실을 지금 떠안든지, 눈덩이처럼 불어난 손실을 떠안든지, 결국 조삼모사인 것이다.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만기연장에 주춤한 새마을금고도 이런 위기의식을 감지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간이 흐를수록 PF 사업장의 사업성도 저하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브릿지론 금리는 연 10~13%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2배 이상 올라 있는 상태다. 본PF 구성이 연기될수록 사업성이 급격히 떨어진다는 뜻이다.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유지하기 위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PF 사업장에 대한 수십조원대 금융지원은 부실 사업장을 연명시키는 결과만 낳는다. 2금융권에서는 만기연장이 '언발에 오줌 누기'라고 지적하는 이유다. 내년에는 부실 사업장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투증권 크레디트 연구원은 "연말에 만기 연장에 실패하는 사업장이 많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고 전망했다. 레고랜드 사태와 새마을금고 뱅크런 사태 때처럼, PF 사업장 부실 사례가 발생한다 해도 금융당국이 빠른 대응책을 내준다면 부실 금융회사가 발생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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