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2월 12일. 한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그날의 기억을 촘촘히 톺아낸다. 영화 '서울의 밤'을 통해서다.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영화 '서울의 봄'(감독 김성수) 언론 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김성수 감독과 배우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김성균이 참석했다.
영화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수도 서울에서 일어난 신군부 세력의 반란을 막기 위한 일촉즉발의 9시간을 그린다.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최초의 영화다.
김 감독은 "하룻밤 사이 우리나라 군부가 무너졌다는 놀라움이 있었다. 한국사의 운명적 전환점이 된 사건이다. 오래된 숙제를 이 영화로 보여드린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군사 반란을 일으킨 신군부 세력과 끝까지 맞선 군인이 있다. '훌륭한 군인'의 시선으로 본다면 관객이 영화 속 반란군의 승리가 아닌 그들의 '잘못'을 알게 되리라 생각했다. 우리는 결과를 다 알지만, 극적으로 구성한다면 (영화적으로)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여겼다"고 설명했다.
또 "처음엔 역사적 기록을 샅샅이 보았다. 하지만 각색하며 실제 기록을 미뤄두었다. 실제와 가상이 헷갈릴 정도로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 보려고 했다. 많은 허구를 가미했다"고 전했다.
배우 황정민은 전두환을 모티브로 한 '전두광' 역을 맡았다. 보안사령관으로 10.26의 수사 책임자인 합동수사본부장을 겸직하게 된 전두광은 모든 정보를 틀어쥔 후 권력 찬탈을 위해 군내 사조직을 동원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킨다.
황정민은 "동료 배우들이 연극을 많이 한 이들이기 때문에 장면마다 연극하듯 연습했다. 모두 각자 자리에서 잘해줬다. 한 땀 한 땀 만들어 나갔다"고 말했다.
예고편이 공개된 뒤 전두환을 모티브로 한 대머리 분장이 큰 화제를 모았던바.
황정민은 "특수분장팀이 워낙 잘해주어서 어려운 점은 없었다. 다만 기본 분장이 4시간이 걸리다 보니 힘들더라. 새벽에 일어나는 게 힘들었고 불편한 건 없었다"고 회고했다.
정우성은 전두광과 대척점에 선 수도경비사령관 '이태신' 역을 맡았다. 서울로 전방부대까지 불러들이는 반란군에 맞서 끝까지 대항하며 서울과 국민을 지키려 한다.
정우성은 "'이태신'은 외톨이였다. '전두광' 패거리의 장면을 보면 연기적 합이 부러웠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로 사정하는 연기를 하느라 답답했다. 영화를 보면서도 기가 빨리는 기분"이라고 웃었다.
실제 사건에 대한 부담을 털어내려고 했다는 정우성은 "김 감독께서 '서울의 봄'에선 '이태신'이 가장 가공된 인물이라 하셨다. 어떤 인물이 되어야 할지 찾는 작업의 연속이었다. 전작에 비해 김 감독에게 더 많이 기댔다"고 털어놓았다.
이성민은 육군참모총장이자 계엄사령관 '정상호'를 연기했다. '전두광'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이태신'을 수경사령관으로 임명하는 등 그를 견제하려는 인물이다. 그러나 10.26 현장에 있었다는 이유로 신군부에 납치돼 12.12의 도화선이 된다.
이성민은 김 감독과 처음 만난다며 "실망하게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이미 역사적으로 다 아는 사실을 연기한다는 게 관객에게 어떤 긴장감을 줄지 생각했다. 긴장 유지가 필요하다 생각해 애썼다"고 전했다.
김성균은 헌병감 '김준엽' 역을 맡았다. '이태신'과 함께 수도권 방위 책임자를 담당하는 역할로 '정상호' 참모총장이 체포된 뒤 육군본부 벙커에 모여든 군 수뇌부의 수세적인 결정에 맞서 끝까지 강경 대응을 주장한다.
김성균은 "김 감독을 존경해 왔다.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참여했다"며 "결말을 빤히 알면서도 손에 땀을 쥐고 흥미진진했다. 김 감독을 믿고 하면 재밌겠단 생각으로 했다. 현장도 재밌고 좋았다"고 만족감 표했다.
영화 '서울의 봄'은 오는 22일 극장에서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