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장기요양 등급 판정 전 사망하면 진단 보험금 지급 불가"

2023-11-01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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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서초동 대법원. [사진=연합뉴스]
장기요양 판정 결과를 토대로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상품에 가입한 피보험자가 판정 전 사망한 경우, 보험금을 지급받을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보험사가 사망한 A씨의 유족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환송했다.
 
A씨는 장기요양등급 1~3급을 받을 시 진단금 명목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험상품에 가입 후 2014년부터 보험료를 납부했다. 해당 보험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사망할 경우 계약은 소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A씨는 암 투병 중이던 2017년 6월 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장기요양 인정 신청을 했지만, 공단의 실사팀이 실사를 진행한 같은 달 8일 사망했다. 공단은 같은 달 21일 A씨에게 장기요양등급 1등급 판정을 내렸다.
 
이후 A씨의 유족은 공단의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근거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약관 등을 근거로 계약이 소멸했다고 주장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고, 이에 유족도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2심 법원은 유족의 청구를 인용했다. 법원은 “등급판정의 원인이 되는 사실, 즉 건강 상태가 장기요양을 필요로 할 정도임이 확인되면 족한 것이지 등급판정일이 사망 이후라고 해서 달리 볼 수 없다”고 봤다. 이어 등급판정위원회 결정일을 기준으로 한다면 시점에 따라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가 달라져 불합리하다고도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수급 대상에 해당할 정도의 심신 상태임이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계약이 소멸했다면 보험기간 중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장기요양급여는 성질상 피보험자의 생존을 전제로 하므로 신청인의 사망 후에는 장기요양등급을 판정할 수 없다”며 “사망자에 대한 장기요양등급 판정이 법률상 효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보험사 약관에 관한 하급심의 해석에 대해서도 “보험약관 내용이 보험계약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할 뿐 아니라 사적자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 무효라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면 법원이 이를 함부로 배척하거나 보험약관 내용을 그 취지와 달리 개별 사건마다 임의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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