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보험사가 사망한 A씨의 유족을 상대로 제기한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한 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환송했다.
A씨는 장기요양등급 1~3급을 받을 시 진단금 명목의 보험금이 지급되는 보험상품에 가입 후 2014년부터 보험료를 납부했다. 해당 보험 약관에는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 사망할 경우 계약은 소멸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A씨는 암 투병 중이던 2017년 6월 1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장기요양 인정 신청을 했지만, 공단의 실사팀이 실사를 진행한 같은 달 8일 사망했다. 공단은 같은 달 21일 A씨에게 장기요양등급 1등급 판정을 내렸다.
1·2심 법원은 유족의 청구를 인용했다. 법원은 “등급판정의 원인이 되는 사실, 즉 건강 상태가 장기요양을 필요로 할 정도임이 확인되면 족한 것이지 등급판정일이 사망 이후라고 해서 달리 볼 수 없다”고 봤다. 이어 등급판정위원회 결정일을 기준으로 한다면 시점에 따라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지가 달라져 불합리하다고도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보험자가 수급 대상에 해당할 정도의 심신 상태임이 확인됐다고 하더라도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보험계약이 소멸했다면 보험기간 중 보험금 지급 사유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장기요양급여는 성질상 피보험자의 생존을 전제로 하므로 신청인의 사망 후에는 장기요양등급을 판정할 수 없다”며 “사망자에 대한 장기요양등급 판정이 법률상 효력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대법원은 보험사 약관에 관한 하급심의 해석에 대해서도 “보험약관 내용이 보험계약자의 정당한 이익과 합리적인 기대에 반할 뿐 아니라 사적자치의 한계를 벗어나는 등 무효라고 볼 만한 사정이 없다면 법원이 이를 함부로 배척하거나 보험약관 내용을 그 취지와 달리 개별 사건마다 임의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