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發 자본시장 격랑] 韓·美 금리차 고점마다 외자 유출...연말 '위기설' 고조

2023-10-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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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한국은행이 또다시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미 간 사상 최대(2.0%포인트) 수준의 금리 격차가 유지된 가운데 외국인 자금 이탈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전 차가 심화할 경우 불안한 대내외 상황과 맞물려 국내 금융·자본·외환시장에 '연말 위기설'이 확산할 수 있다. 

1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과 채권을 팔면서 지난 9월 한 달간 외국인 증권(주식+채권) 투자자금이 약 2조원(약 14억3000만 달러) 순유출됐다. 중국 경기 둔화와 반도체 업황 회복 지연 등 악재까지 더해져 최근 두 달 새 국내 시장을 떠난 외국인 자금은 4조원대에 이른다.

한·미 간 기준금리가 역전된 시기는 올해를 제외하고도 3차례(1999년 6월~2001년 3월, 2005년 8월~2007년 9월, 2018년 3월~2020년 2월) 더 있었다. 당시 금리 역전 차는 현재보다 낮은 1.0~1.5%포인트로, 길게는 2년 넘게 역전 현상이 지속됐다. 당시에도 금리 격차가 고점에 도달한 시점에 외국인 자금 이탈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된다. 

실제 2000년 이후 '국제수지 증권투자 부채 추이'를 분석한 결과 1차 금리 역전 정점이던 2000년 5월(역전 차 1.5%포인트) 국제수지 증권투자 부채 규모는 -9억600만 달러로 확인됐다.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채권 매도로 해당 금액만큼 국내 시장에서 빠져나갔다는 얘기다. 2차인 2006년 5월(역전 차 1.0%포인트)에도 한 달간 36억6000만 달러 순유출된 것을 시작으로 넉달 연속 이탈 행진이 지속돼 그 해 8월까지 70억 달러 이상이 나라 밖으로 흘러나갔다. 

세 번째인 2019년에는 역전 차가 정점(1.0%포인트)에 도달한 지 두달여 만인 9월에 순유출 기조(-3억5200만 달러)가 나타났다. 이후 연말까지 82억1900만 달러가 유출된 것으로 파악됐다. 올해는 7월에 한·미 금리 격차가 사상 최대인 2%포인트로 벌어졌고 한 달 만인 8월에 10억1400만 달러가 이탈했고 지난달까지 순유출 기조가 이어지는 중이다. 

문제는 미국 연준의 행보다. 오는 11월에는 기준금리 동결이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미국 내 경기 상황에 따라 12월 베이비 스텝(0.25%포인트 인상)을 밟을 수 있다는 언질도 있었다. 한은이 11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미국을 따라 동결하더라도 연말에는 금리 격차가 2.25%포인트로 추가 확대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국 연준과 별개로 한은이 ​경기 부양과 가계 이자부담 경감 차원에서 금리를 선제적으로 낮추는 경우에도 양국 간 금리 차는 벌어지게 된다. 

한은은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강화된 만큼 과거처럼 금리 역전이 곧 외국인 자금 유출로 이어지는 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미 이탈이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기에 국제 유가 상승과 수출 부진, 내년 성장률 전망 하락 등의 악재가 겹쳐 연말 경제 위기설에 불이 붙고 있다. 

미국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원·달러 환율도 시장에 충격을 더하는 요인이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18일(현지시간) 연 4.91%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이던 2007년 7월 이후 처음으로 4.90%를 넘어섰다. 긴축 장기화와 견조한 소비·고용 지표가 국채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1260원 수준이던 원·달러 환율은 연고점 경신을 거듭하며 이달 들어 1350원대 중후반까지 올라선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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