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서는 바이든표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ndia~Middle East~Europe Economic Corridor·IMEC)'이 닻을 올리자마자 좌초될 위기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수면 아래에 있던 중동 갈등이 솟구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내놓은 중국 견제용 카드인 ‘IMEC’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가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후 시작된 이·팔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중동 전역에 감돌던 훈풍이 자취를 감췄다.
특히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관계 정상화를 통해 인도와 중동 그리고 서방을 단일 경제 벨트로 묶으려 했던 미국 측 계획이 벽에 부딪쳤다. 지난 9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미국, 인도, 사우디, 아랍에미리트(UAE),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유럽연합(EU) 정상은 인도·중동·유럽을 철도와 도로, 항구 등 인프라로 연결하는 IMEC 출범을 발표했다.
IMEC는 중국의 일대일로에 맞선 견제용이란 게 중론이다. BBC는 “IMEC는 중국과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러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글로벌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인 중국의 일대일로에 대한 미국 측 맞대응”이라고 짚었다.
미국의 지정학 리스크 컨설팅 기관인 걸프 스테이트 애널리틱스의 조르지오 카피에로 대표는 “서방 동맹인 일부 아랍국과 이스라엘이 중국과 관계 심화에 나선 점은 미국 측 우려를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실제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한 일대일로 참여국인 이탈리아가 IMEC에 참여한 점은 유라시아 지역 무게중심이 일대일로에서 IMEC로 옮겨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또한 브릭스 신규 회원으로 이름을 올린 사우디와 UAE가 IMEC에 참여하면서 중국의 대(對)중동 영향력 확대에 대한 서방 측 우려는 줄었다.
그러나 이·팔 전쟁으로 IMEC에 대한 기대감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IMEC의 전제 조건은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관계 정상화다. 이·팔 전쟁으로 중동 전역에서 반이스라엘과 반미 정서가 빠르게 확산하는 상황에서 양국 관계 정상화는 물 건너갔다는 게 중론이다. 더구나 이란과 헤즈볼라가 전쟁에 개입하며 전운이 중동 전역을 휩쓴다면 경제 회랑이 제대로 작동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IMEC) 계획의 핵심 요소인 이스라엘과 사우디 간 관계 정상화를 위한 회담은 이·팔 전쟁으로 무산됐다”며 “이제 미래는 불확실하다”고 짚었다.
가뜩이나 IMEC가 통과하는 지역은 인도·파키스탄 분쟁, 사우디·이란 경쟁 등 각종 분쟁이 난무하고 있어 지정학적 위기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이·팔 전쟁으로 그 우려들이 현실화했다. 안보 전문가인 모하메드 엘도는 "국방과 안보에 대한 지역 협력 강화는 (IMEC) 회랑의 성공적인 발전과 운영에 필수"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