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1.6조원 규모 회사채 발행하는 주요 기업들… 은행채 확대에 불안

2023-10-0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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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이달부터 은행채 발행한도를 폐지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인 기업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은행채 발행 증가로 회사채 시장이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 SK텔레콤 등 AA급(AA-~AA+) 기업을 포함한 11개 기업이 약 1조6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AA+)은 2년물 800억원, 3년물 1200억원 등 총 2000억원가량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오는 5일 실시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4월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1조7500억원의 매수 주문이 몰리며 1000억원 증액한 3000억원으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한국투자증권(AA0)의 경우 오는 10일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흥행에 성공할 경우 3000억원까지 증액하기로 했다.
 
이어 11일에는 롯데칠성음료,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가 각각 1000억원,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나선다.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은 각각 AA0, AAA로 우량한 편이다.
 
같은 날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인천석유화학은 2000억원가량의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2019년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차환 등에 선제적인 대비 차원으로 해석된다.
 
회사채 시장에서 수요가 많은 통신사들도 회사채 발행에 나선다. SK텔레콤은 2500억원, LG유플러스는 2000억원으로 회사채를 발행할 방침이다.
 
A급(A-~A+) 기업인 에코프로비엠도 오는 16일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조달한다.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이차전지 투자심리가 양호했다는 점에서 흥행이 점쳐진다. 흥행에 성공할 경우 발행량을 3000억원까지 늘릴 방침이다.

주요 기업들이 고금리 기조 속에서도 회사채 시장을 찾는 이유는 선제적으로 현금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27일 연 3.884%를 기록했으며, 같은 달 21일에는 연 3.930%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고채 10년물의 경우 지난달 26일 연 4.054%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사실상 4분기 회사채 시장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회사채 물량이 올해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은행채 발행 확대로 인해 회사채 투자수요 확보에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다. 향후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 활로가 막힐 우려는 더욱 크다.
 
크레딧 시장이 위축되는 모습도 포착됐다.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크레딧 시장은 6월 이후 발행보다 상환이 많은 순상환 기조를 나타냈다. 이는 기업들이 여유자금으로 상환하는 것이 아닌 차환을 이어가지 못해 생긴 불황형 상환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반면 은행채는 지난 8~9월 8조4594억원 순발행됐다.
 
안소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은행채는 순발행 기조를 보일 것”이라며 “만기가 돌아오는 예금의 재수신을 위해 늘어난 발행 부담과 전년 은행채 발행 규제로 줄어든 만기액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금융당국의 은행채 발행한도 폐지 방안은 크레딧 시장 발행 부담을 늘린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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