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업계에 따르면 모로코가 최근 중국을 이은 LFP 배터리 최대 생산지로 꼽히고 있다. 이미 다수의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모로코 진출을 확정했는데, LG화학도 이에 가세해 모로코에 LFP 양극재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LG화학과 중국 화유그룹 계열사 유산은 모로코에 LFP 양극재 합작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고 지난달 24일 밝혔다. 이에 앞서 중국 CNGR은 모로코 현지 투자 업체와 손잡고 LFP 양극재 및 재활용 공장을 짓기로 했다.
지난 6월에는 중국 LFP 배터리 업체인 궈시안이 아프리카 최초의 '기가팩토리'(초대형 배터리 생산공장)를 모로코에 짓기로 해 화제를 모았다.
이에 기존 LFP 배터리 시장을 사실상 독점한 중국과의 충돌은 불가피해졌고, 한-중 간 LFP 전쟁이 모로코에서 펼쳐지게 됐다.
모로코가 LFP 신흥국으로 꼽히는 이유는 단연 풍부한 원소재 매장량 때문이다. 모로코에는 LFP 양극재의 핵심 원재료인 인광석 500억톤(t)이 매장돼 있다. 이는 전 세계 매장량의 73%를 차지한다.
여기에 미-모로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모로코산 양극재를 쓰더라도 IRA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큰 이점이 있다.
중국이 서둘러 모로코에 LFP 공장을 짓겠다고 한 것도 IRA의 혜택을 얻기 위해서다. 전기차 3대 시장은 중국·유럽연합(EU)·미국인데, 최근 중국 시장의 성장률은 둔화하고 있다. 다수의 중국 업체들이 안방 시장 밖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다.
LG화학의 모로코산 LFP 양극재도 주로 북미 지역에 공급할 예정이다.
또 모로코는 외국인투자기업에 대한 투자 승인이 빠른 것으로 알려져 주요 배터리 업체들의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반해 최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배터리 광물과 같은 전략물자 수출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외투 기업의 현지 투자에 대한 심사가 까다로워졌다. 실제로 최근 미국 포드자동차와 중국 CATL이 함께 미국 미시간에 배터리 공장을 짓기로 한 사업이 중단됐다. 양사의 협업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려는 IRA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역풍을 맞은 탓이다.
CNGR의 한 관계자는 미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모로코에서는 (투자 결정 후)한 달 만에 착공에 들어갈 수 있지만 미국과 유럽이었다면 투자 심사에만 수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모로코 내 LFP 관련 생산 계획은 중국이 한국을 앞서고 있다. CNGR이 계획한 모로코 내 LFP 생산량은 연 6만t이며, LG화학은 연 5만t이다.
궈시안은 모로코 기가팩토리에서 연간 100기가와트(GW)의 전력을 생산으로 100만대 이상의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를 제조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로코는 미국과 정치적으로 가까운 관계인 데다 유럽과 밀접해 있어 최적의 배터리 생산지로 꼽히고 있다"며 "한국이 중국으로부터 LFP 패권을 가져오려면 추가 투자 등 원소재 확보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