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이 자신의 유산으로 평가받는 ‘경영승계 프로그램’과 관련해 단순 회장직뿐만 아니라 주요 계열사 경영승계까지 염두에 둔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가 구축한 체제를 이어갈지 여부는 차기 회장이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윤 회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실 ‘부회장’이라는 직책보다는 이들이 맡았던 ‘부문장’이라는 직무가 핵심”이라며 “(차기 회장이) 폭넓게 업무 경험을 쌓은 ‘준비된 회장’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이 세 번째 임기를 시작한 뒤 차례로 임명한 KB금융 부회장 세 명은 1년 단위로 개인고객부문장, 글로벌·보험부문장, 디지털·IT부문장 등으로 나뉘어 그룹의 직무를 경험했다. 이를 통해 차기 회장뿐만 아니라 주요 계열사의 차기 행장·사장들도 선제적인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자신이 이 프로그램을 십분 활용해 차기 회장에게 인수인계를 하고 나면 그다음 회장으로의 경영승계는 차기 회장 나름의 체계를 만들어 고민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풀이된다. 앞서 양종희 KB금융그룹 차기 회장 내정자는 부회장직 존폐 여부에 대한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윤 회장은 “새 회장이 선임되더라도 주요 계열사가 단단하게 갈 수 있는 운영체계를 준비하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며 “(경영승계 프로그램은) 양 내정자가 이사회와 같이 상황을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약 2개월 뒤 이임을 앞둔 윤 회장은 양 내정자 체제로 출범하게 될 KB금융에도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줄 것을 이해관계자들에게 당부했다. 그는 “양 내정자는 20년을 은행에 계셨기 때문에 은행 경험도 풍부하고 많은 인수·합병(M&A)에 관여하면서 비은행 부문에도 상당한 경험을 갖고 있다”며 “은행과 비은행 양쪽 날개를 잘 조종할 충분한 실력을 겸비했다. 앞으로도 KB금융그룹과 한국의 금융산업이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성원해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