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의정부 호원초 교사 사망 사건...'교장'은 없었다

2023-09-2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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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 교장ㆍ교감 등 징계절차 착수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고인이 된 교사를 추모하는 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도 의정부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고인이 된 교사를 추모하는 화환이 줄지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의정부시 호원초등학교 교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숨진 가운데, 해당 교사가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을 겪고 있을 때도 학교 측은 소속 교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아예 몰랐거나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당국은 교장과 교감 등 관리자와 업무 담당자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21일 교육계에 따르면 이날 경기도교육청은 수원남부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의 '의정부 호원초 사안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도교육청은 숨진 교사 이모씨에 대한 교육활동 침해 사실을 확인했다.

이씨는 2016년 담임을 맡은 6학년 한 학생이 수업시간 도중 페트병을 자르다 손등을 다쳐, 해당 학생 학부모에게 반복적인 연락을 받았다. 이 학부모는 학교안전공제회에서 두 차례나 치료비를 보상받았지만, 이씨에게 지속해서 학생 치료와 관련해 만남을 요청했다. 결국 이씨는 사비를 들여 8개월 동안 50만원씩 400만원을 학부모에게 치료비로 제공했다. 

이외에도 이씨를 상대로 악성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는 2명 더 있었다. 2021년 한 학부모는 가정학습과 코로나19 증상에 따른 등교 중지·질병 조퇴 등으로 자녀가 장기 결석을 했지만, 그해 3월부터 12월까지 지속해서 출석 처리를 요구했다. 아울러 이 학부모는 이씨가 사망한 사실을 듣고, 장례식장에 찾아와 그의 사망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는 것이 알려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다른 학부모는 2021년 12월 자녀와 갈등 관계에 있는 학생들이 자신의 자녀에게 공개 사과를 할 것을 이씨에게 요구했다. 이씨가 학생 인권 문제로 난색을 보이자 수차례에 걸쳐 전화하고 학교에 방문한 것으로 조사됐다. 

도교육청은 이들 학부모 3명을 이씨의 교육활동을 침해한 업무방해 혐의로 전날 의정부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또 이씨가 사망한 이후 이 같은 악성 민원을 겪어온 사실을 확인했지만 그의 사망을 단순 추락사로 처리한 당시 교장과 교감 등에 대해 조만간 징계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사망 이후 조치와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누구이고 몇 명인지 은퇴 여부 등을 밝힐 수 없지만, 관련자 전원에 대한 징계를 심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교육감은 이씨의 순직 처리 여부에 대해선 "순직은 피해자 측에서 신청하면 인사혁신처에서 심사해 결정하는데, 이씨의 유족이 신청하면 도교육청은 행정·절차적 지원을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씨와 같은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다가 앞서 사망한 교사 김씨에 대해선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확인되지 않았고, 이씨와 김씨 모두 업무 과중과 관련된 어려움을 겪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2021년 6월과 12월 경기 의정부 호원초에 근무하던 김씨와 이씨가 각각 자택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학교 측은 두 교사에 대한 각각 사망 경위서에 '단순 추락사'로 교육청에 보고해 추가 조사는 없었다. 서울 소재 관할 경찰 수사도 그대로 종결됐다. 

그러나 '서이초 사건' 이후 이 사건은 뒤늦게 알려졌다. 도교육청은 4개 부서, 13명으로 구성된 합동대응반을 꾸려 지난달 10일부터 지난 18일까지 이씨와 김씨에 대한 사망 경위를 조사한 뒤 이날 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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