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의료계 반대 속에 지지부진했던 의사과학자 양성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카이스트가 바이오의료 분야에 특화된 과학자와 공학자 양성을 위해 과학기술의학전문대학원 설립 계획을 공식화하면서다.
의료계에선 ‘의사과학자’와 ‘임상의사’ 두 가지 선택권 앞에서 결국 돈을 더 잘 벌 수 있는 후자를 선택하는 사례가 다수일 것이란 전망에 반발이 거세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들이 향후 임상의사를 선택한다고 해도 결국 심각한 필수의료 위기 문제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들린다.
특히 국립의대들 반발이 만만찮다. 의사과학자는 이미 충분한 교수진과 시설, 병원을 갖추고 있는 의대가 가장 잘할 수 있다고 이들은 주장한다.
신찬수 한국의과대학 의학전문대학원협회 이사장은 최근 열린 과학기자협회 포럼에서 “기존 의과대학 40개 중 선정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독립적 의사과학자로 성장한다고 해도 중간에 그만두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육성책보다는 유지 정책이 더 현실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에선 의사면허를 갖게 되는 의사과학자가 개원의 대신 연구자로 남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면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빌미가 될 것이라고 본다. 특히 의대 정원을 늘린다고 해도 소아과·산부인과 같은 필수의료 분야 공백을 메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의대 정원 확대와 맞물린 과기의전원 설립을 두고 과학계와 의료계 간 의견 차가 계속되는 가운데 현재 부족한 의사 수를 채우는 데는 긍정적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응급실 뺑뺑이’ ‘소아청소년과 오픈런(영업시간 전부터 대기)’ 등 필수의료 붕괴 위기를 알리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울리고 있으나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은 의사단체 반발로 2006년부터 18년째 매년 3058명으로 동결돼 있다.
현재 의료 공백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의사 인력(한의사·치과의사 제외)이 2050년 기준 1만1000명에서 최대 2만2000명 부족해질 전망이다. 권정현 연구위원은 “이를 메우기 위해서는 전국 의과대학 신입생 정원을 내년부터 2030년까지 매년 5%씩 늘려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