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채권 순매수 규모는 연초 이후 74조9963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년 이상 외국인 순매수세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10년물 이상 장기채는 20조799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장기채 전체 순매수 규모에서 25%를 차지한다.
외국인의 장기채 순매수 규모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외국인들은 11조4857억원, 2021년에는 6조612억원 규모를 순매수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초장기물에 대한 자금 유입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올해 들어 20년 이상 장기물을 13조5402억원어치 사들였다. 외국인의 초장기물 비중은 지난해 1월 6%대에서 같은 해 11월 처음으로 10%대를 돌파한 뒤 현재는 18%대까지 올라섰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만기가 도래한 단기채가 순매도된 것으로 파악된다”며 “특히 외국인들이 그동안 많이 매수했던 통화안정증권(91일물)에서 유출이 많았다. 장외 채권 규모는 8조원을 넘었다"고 설명했다.
실제 외국인의 통안증권 순매수세는 지난 5월 5조3290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달 1조7400억원으로 감소했다.
장기채 투자자는 대부분 글로벌 중앙은행과 국부펀드로 파악된다. 미·중 패권 경쟁이 계속되면서 중국 경제가 불안해지자 해당 자금이 국내 장기채로 흘러들어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초 이후 중국 자본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연초 이후 중국 채권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은 45조원에 달하며 주식시장에서도 하루 만에 수천억 원이 순유출되고 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국 채권시장에서 글로벌 중앙은행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면서 "그중 일부 수요가 국내 장기채로 이동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국부펀드와 중앙은행들이 '바이 앤드 홀드(매수 후 보유)'를 하는 만큼 기본적으로 이자(캐리)를 보고 들어왔다는 설명이다.
한국이 세계국채지수(WGBI)에 편입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외국인 자금이 선제적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임제혁 메리츠증권 연구원도 "WGBI 편입은 이르면 내년 3월 혹은 9월로 예상된다"며 "보통 편입 결정이 나기 6개월 전부터 외국인 자금이 액티브 자금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4분기에는 외국인 수급 안정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외국인 자금의 장기채 유입은 계속될 것으로 증권가는 보고 있다. 조용구 연구원은 "최근 재정거래 차익이 줄어들면서 외국인 투자자의 장기 투자 성향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아시아·태평양 국가 중 한국이 물가 수준도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반도체 사이클이 돌아오면 원화 강세에 힘입어 환차익을 기대하며 외국인 매수세가 더 유입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