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하청업체 근로자가 작업 중 사고를 당했다면 원청업체의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인력용역회사(재하청업체) 근로자 A씨가 B사의 손해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지난달 18일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고 5일 밝혔다.
A씨는 2014년 2월 배전반이 뒤집어지면서 하반신 마비 등의 상해를 입고, 이듬해 2월 B사의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A씨 측은 자신이 하청업체의 근로자에 해당하므로 B사의 보험계약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B사의 보험사는 A씨가 하청업체의 근로자가 아니라고 맞섰다.
쟁점은 보험약관상 ‘하청업체 근로자’에 재하청업체 근로자도 포함되는지였다.
1심은 A씨에게 약 1억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공사현장의 배전반 설치 공사 작업이 하청업체의 지시 및 감독, 통제 아래 이루어진 만큼 실질적인 사용자와 피용자의 관계와 같다는 것이다. 다만 A씨가 스스로 안전을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책임 범위를 65%로 제한했다.
2심은 1심과 달리 하청업체의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청업체가 배전반 운반‧설치 절차에 관한 구체적인 지식이 없으므로 A씨에게 일반적인 안전수칙에 관한 지시만 했을 뿐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씨가 하청업체의 근로자라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배전반 제작·운반·설치 작업의 상당 부분인 운반·설치 작업이 원청의 요구에 따라 그 부분에 관한 전문성을 가지고, 사고 발생의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하청업체가 담당하기로 예정돼 있었다"며 "그에 따라 실제로 하청업체가 해당 작업을 수행했으므로 배전반 운반·설치 작업은 이 사건 보험계약의 담보사업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A씨가 수행한 작업의 내용, 실질적 지위, 재해의 위험을 인수하는 이 사건 보험계약의 목적과 취지에 비춰 보험계약에서 정한 공동피보험자 및 담보대상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