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빌리고 상환은 나중에"…'월 ' 이자 안 갚는 청년들

2023-08-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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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빚을 갚지 않는 20대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무계획대출'로 불릴 정도로 큰 고민 없이 대출을 받은 뒤 이자 및 원금 연체에 따른 '저신용의 늪'에 빠지는 수순이다. 당장 소액생계비대출을 이용 중인 20대 4명 중 1명은 매달 부담해야 할 수 천원의 이자도 제때 납부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젊은 차주들의 습관적 연체와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막기 위해 대출 상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국민의힘 김희곤 의원실이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소액생계비대출을 이용한 20대차주의 이자 미납률은 24.5%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연령대 미납률(14.1%) 대비 2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같은 기간 60대와 70대 이상 대출자들의 이자 미납률이 각각 7.4%, 7.2%라는 점을 감안하면 20대 차주들의 연체율이 유독 두드러진다. 


지난 3월 첫 시행된 '소액생계비대출'은 정부가 저신용자(신용평점 하위 20%)를 대상으로 신청 당일 최대 100만원까지 대출해주는 정책금융 상품이다. 대출금리는 연 15.9% 수준으로 높은 편이나 금융교육 이수, 이자성실납부 등을 통해 금리를 순차적으로 낮춰 최저 연 9.4%까지 적용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연체 이력이 있거나 소득 증빙 확인이 되지 않는 경우에도 이용이 가능해 출시 초반부터 급전이 필요한 이들의 수요가 몰렸다. 

20대 청년들의 소액대출 이자 미납률을 두고 단순히 상환 여력이 부족한 사회초년생의 고충으로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시각이 높다. 서금원에 따르면 소액생계비대출 1인당 평균 공급액은 지난 6월 기준 61만원이다. 여기에 대출 금리인 연 15.9%를 적용하면 월 이자는 8000원 안팎이다. 20대 청년들이 한 달 1만원도 안 되는 이자도 제때 내지 않는 현상을 두고 상환 여력이 없어서가 아닌 결제일을 잊거나 연체를 가볍게 여겨 나타나는 '습관성 연체' 지적이 제기된다.

20대 차주들의 부채 리스크 심각성은 타 대출상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인터넷은행 3사의 20대 신용대출 잔액 규모는 1년 새 159% 급증한 2조3011억원으로 집계됐다. 저신용자 대출 상품인 햇살론 연령별 대위변제 대상에서도 20대 비중은 지난 2분기 기준 36%로 가장 높았다. 청년들이 은행에서 돈 빌린 뒤 갚지 않아 정부가 대신 갚은 정책금융상품 '햇살론 유스' 누적 대위변제액도 올 상반기 기준 756억원에 달한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사회초년생인 20대 특성상 직업이 없거나 소득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연체율 급증 배경으로 꼽고 있다. 또한 올들어 지속되고 있는 고금리 장기화도 20대 청년들의 상환 여력 및 의지를 꺾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젊은층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면서 경험한 저금리 기조와 부동산·코인광풍 등을 거치면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빚투(빚을 내 투자)' 등 대출이나 연체를 심각하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이 커진 만큼 청년 차주에 대한 상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와 정치권이 '청년층 표심' 잡기에 골몰하느라 이와 같은 상황을 방치·유도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타 연령대 대비 상환 여력이 낮은 청년층의 현실을 배제하고 대출 허들을 낮춰 '빚 권하는 사회'를 유도했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금융사들이 앞다퉈 출시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등이 내 집 마련을 희망하나 대출 여력이 부족한 청년들을 위한 상품으로 마련됐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저신용 청년차주에 대한 채무 이자를 최대 50% 감면해주겠다고 발표했다가 '빚 탕감' 논란으로 번져 뭇매를 맞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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