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2분기 별도기준 합산 연환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5%를 밑돌았다. 2분기 국채·회사채 수익률 등과 비교하면 간신히 합격점을 받았지만 은행 특판 예금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한 셈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차액결제거래(CFD) 관련 충당금이 ROE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반기 말 기준 자기자본이 1000억원 이상인 33개 증권사의 별도기준 2분기 연환산 ROE는 4.97%로 집계됐다. 이들은 연평균 자기자본 76조3801억원을 바탕으로 당기순이익을 총 9490억원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증권사 2분기 성적표가 간신히 합격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분기 국채 3년물 수익률은 3.192~3.662%로 평균 3.383%, 회사채 3년물 수익률은 4.004~4.473%로 평균 4.192%를 기록했다. 국내 증권사 ROE가 국채 수익률 대비로는 1.5%포인트 이상 선방했지만 회사채 3년물 수익률과 차이는 77.8bp(1bp=0.01%포인트)에 그치면서 아쉬운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특판 예금 연환산 금리와 머니마켓펀드(MMF) 수익률이 5%를 상회하고 있다"며 "5%를 밑도는 증권사의 2분기 ROE를 놓고 영업을 잘했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반적으로 성적이 부진한 가운데 ROE 1위는 16.28%를 기록한 DS투자증권이 등극했다. 다만 DS투자증권의 상반기 평균 자기자본은 1202억원으로 조사 대상 증권사의 전체 자기자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0.16%에 불과하다.
2위는 11.76%를 기록한 신영증권이다. 평균 자기자본은 1조3502억원, 당기순이익은 397억원이다. 파생상품평가와 거래이익 3667억원, 증권평가와 처분이익 1342억원, 외환거래이익 1013억원을 기록하며 높은 ROE를 일궈냈다.
대신증권은 11.56%를 기록하며 전체 3위를 차지했다. 자기자본 2조750억원을 바탕으로 당기순이익 599억원을 창출했다. 부동산 PF 관련 충당금이 없었던 점도 당기순이익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어 한양증권이 10.62%, 키움증권(9.94%)과 NH투자증권(9.45%), 삼성증권(9.10%)도 평균 ROE를 두 배 가까이 웃돌았다.
분기 순손실을 기록하며 ROE가 마이너스를 기록한 증권사도 9곳에 달했다. 카카오페이증권이 -20.94%로 ROE가 가장 낮았고 토스증권(-9.40%)과 유화증권(-6.89%), 다올투자증권(-5.18%) 등이 뒤를 이었다. 이 밖에 △DB금융투자(-4.47%) △하나증권(-3.70%) △유안타증권(-2.67%) △유진투자증권(-1.87%) △교보증권(-1.50%) 등이 마이너스 ROE를 기록했다.
마이너스 ROE는 면했지만 미래에셋증권(2.31%)과 한국투자증권(4.82%)은 평균 ROE를 밑도는 성적을 기록했다. 두 증권사가 자기자본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 선두 주자들이 덩칫값을 못한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부동산 PF 신용공여에 대한 충당금 적립을 보수적으로 진행하면서 2분기 ROE가 낮게 산출됐다"며 "부실 우려가 현실화하지 않는다면 충당금이 환입되면서 향후 ROE 등 수익성 지표가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