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t 트럭은 생계형으로 쓰이는 아주 중요한 차종이다. 그래서 판매 대수도 가장 많다. 무공해차 보급과 함께 1t 전기트럭 수요도 늘어났다. 2019년 12월 출시된 이후 지난달 누적 판매량이 10만대를 넘어섰다. 국내에 등록된 전기차 5대 중 1대 이상이 1t 전기트럭이다. 구매 보조금이 차량 가격의 최대 60%에 이르다 보니 판매 속도는 점점 빨라져 2027년에는 3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전기트럭이 전기차 사용자에게는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전기차와 관련된 가장 뜨거운 이슈는 1t 전기트럭 급속충전기 독점 문제였다. 갑자기 늘어난 전기트럭이 고속도로 휴게소마다 급속충전기를 차지하고 있어 일반 전기차 사용자들이 불편을 겪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전기트럭의 한계인 잦은 충전 빈도와 느린 충전 속도 때문이다.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지난 6월 29일 관계 부처 합동으로 고속도로 휴게소와 같은 이동 거점에 급속충전기를 늘려 전기 화물차 충전 시설 독점 문제를 해결한다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확충 및 안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저성능 전기트럭이 계속 많아지는 한 늘어나는 급속충전기까지 화물차가 독점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짧은 주행 거리 때문에 충전 빈도가 잦은 전기트럭의 배터리는 성능이 빠르게 저하된다. 한양대 산학협력단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차는 40도 작동 온도에서 배터리가 방전되었다가 완충되는 과정을 250번 반복하면 주행 가능 거리가 8% 이상 줄어든다. 하루 1~2회씩 꼬박꼬박 충전해야 하는 전기트럭의 저성능 배터리는 더 빠르게 노후돼 연식이 올라갈수록 더 잦은 충전을 필요로 하게 될 것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전기차 배터리 수명을 10년으로 보고 있다. 연간 운행 거리가 길고 충전 횟수가 많은 전기트럭은 배터리 수명이 더 짧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 회사도 전기트럭 무상 보증 기간을 8년, 보증 주행 거리를 12만㎞로 전기승용차(10년, 16만~20만㎞)보다 짧게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1t 트럭은 대표적인 생계형 차량이라 대부분 15년 이상 운행한다. 성능이 웬만큼 떨어져도 계속 쓰고, 중고 거래도 많이 된다. 전기트럭으로 인한 충전 전쟁이 노후한 1t 전기트럭으로 인해 더 심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결국 전기트럭 보급 대수를 조절해야 충전 시설 확대 계획이 효과를 볼 수 있다. 전기트럭 보급 목표는 2020년 1만3000대에서 올해 5만대까지 매년 늘어났다. 이런 증가세라면 인프라를 확충해도 2030년까지 매년 5만대 이상 노후 전기트럭이 늘어나 지금과 같은 충전 문제가 반복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전기트럭이 노후화한 이후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필요할 수도 있다. 이미 사용 중인 생계형 차량에 대한 폐차를 금전적 지원 없이 유도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4년간 노후 경유차 조기 폐차를 유도하는 데 국비와 지방비 총 2조5500억원이 투입됐다. 전기트럭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연간 6000억원에 이르는 보조금을 지급해 놓고 다시 폐차를 유도하는 사업에 예산을 수조 원 투입해야 하는 역설이 생길 수 있다.
이번 전기차 인프라 계획 이행에 예산이 약 2조1000억원 들어간다. 급속 충전기 설치·운영 비용으로 한 기당 2000만원 이상, 초급속 충전기는 1억원 가까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번 대책이 세금 낭비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전기 화물차 보급 정책의 방향성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은 이미 충전 인프라 확대와 동시에 전기차 구매 보조금 감축 정책을 병행하고 있다. 단순히 보급 대수 늘리기에 급급해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면 인프라 확대 정책에 실패할 수밖에 없다. 저성능 전기트럭 보급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정부 결단이 늦지 않게 이뤄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