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동월 대비 기저효과와 석유류 가격 급락 영향으로 소비자물가는 하락했지만 전체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는 여전히 '끈적한(sticky)' 상황이라는 방증이다.
지난해 7월 물가 상승률(6.3%)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던 데 따른 기저효과에 석유류 가격 급락까지 겹쳐 지난달 물가가 떨어졌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3%로 집계됐다. 전월(2.7%)보다 0.4%포인트 하락했으며 지난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석유류의 물가 기여도가 -1.49%포인트인데 전월 대비 물가 변동이 -0.4%포인트에 그친 것을 감안하면 다른 품목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개인서비스가 4.7% 올라 지난해 4월(4.5%) 이후 15개월 만에 4%대 상승률을 나타냈다. 가공식품 역시 빵(8.1%), 우유(9.3%), 커피(12.3%) 등을 중심으로 6.8% 올랐다.
전기·가스·수도(21.1%) 가격은 6월(25.9%)과 비교해 상승률이 둔화했지만 20%대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극한 호우 영향으로 채소류 등 가격까지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면서 밥상 물가에 적신호가 켜졌다. 지난해 고물가에 따른 기저효과가 8월부터 사라질 가능성이 큰 데다 공공요금 인상, 태풍·추석 등 계절적 요인 변수가 줄줄이 대기 중이라 물가 상승률이 3%대로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물가 상승률이 8월부터 다시 높아져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구체적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 5.2%에서 지난달 2.3%로 2.9%포인트 하락한 반면, 근원물가는 5.0%에서 3.9%로 1.1%포인트 낮아지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두 지표 간 격차는 1월 0.2%포인트에서 지난달 1.6%포인트까지 확대된 상황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7월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 간 격차는 지난 2015년 4월(1.7%포인트)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큰 폭"이라고 설명했다.
천소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근원물가는 석유류 품목이 빠진 데다 가격 변동성이 낮은 품목이 포함돼 있어 (둔화세가) 소비자물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디다"고 짚었다.
천 총괄은 "물가가 목표치인 2%대로 둔화했지만 근원물가가 여전히 4%에 육박하는 만큼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 기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