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칼럼] 對중국 '자원외교' 총력전 펼쳐야 하는 이유

2023-07-1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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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자원이 갑(甲), 기술이 을(乙)인 시대로 패러다임 시프트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대중국 전략은 혼자서 몽둥이 들고 설치는 “슈퍼맨”전략이었다면 바이든 대통령은 그물 쳐서 먹이를 잡는 “스파이더맨”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미국이 대중전략을 무역전쟁에서 대중국 공급망 봉쇄로 바꾸면서 미국은 동맹군을 규합하고 경제에 “안보”라는 가치관을 집어넣는 바람에 마치 챗GPT 모르면 현대인이 아닌 것처럼 “경제안보”를 논하지 않으면 외교가 아닌 것처럼 되어 버렸다.

문제는 미국의 “경제안보”를 무기로 한 공급망 봉쇄에 중국도 “국가안전”을 대응전략으로 내놓으면서 세계는 새로운 공급망 전쟁에 휩싸였고 모든 첨단 산업기술에서 자원수급에까지 경제안보 과잉에 휩싸여 세계경제가 충격을 받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뭐든 미국과 거래하면 안보를 지키는 것이고 세계의 공장인 중국과 거래하면 안보를 위협당한다는 인식이 넘쳐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화 30년간 구축된 글로벌 공급망은 어느 나라도 전부 소유한 나라가 없다. 코로나3년, 미·중전쟁 5년이 세계경제에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만들었다. 코로나 전에는 기술이 갑(甲), 자원이 을(乙)이었지만 미·중이 기술전쟁, 공급망전쟁, 경제안보전쟁으로 전쟁터를 바꾸면서 자원이 갑, 기술이 을인 시대로 패러다임 시프트가 나타났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기술은 대만과 한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에 발목 잡혔고, 대만과 한국의 첨단 반도체 생산은 네덜란드의 노광장비(EUV)에 꼼짝달싹 못한다. 기술, 공장, 장비 다 있어도 공정에 필요한 소재나 웨이퍼를 만드는 기초소재 하나만 문제가 돼도 첨단 반도체는 만들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졌다.

돈은 장난하지 않는다. 멀리 볼 것도 없다. 연초 이래 한국 10대그룹 시총 증가율을 보면 소재가 중심인 포스코 그룹이 92%로 최대의 상승폭을 보였고 전자제품, 반도체가 중심인 1위 삼성그룹의 시가총액은 21% 증가에 그쳤다.
 
미국에서 벌어서 중국에서 다 잃는 수가 생긴다

한국은 새 정부 들어 “탈(脫)중국”해야 한다는 주장이 넘쳐 나지만 한국의 1980년 이후 수출의 역사를 보면 특정국가에 대한 수출의존도는 34~40%가 임계치였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2018년이 피크아웃 시점이었고 2023년은 이미 임계치에서 5년의 시간이 경과했지만 별 대응책 없이 관망만 하다 대중 수출감소와 무역적자 발생에 난리다.

2023년 4월 들어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19.1%로 낮아졌고 대미 의존도 18.5%와 0.6%P의 차이밖에 없다. 홍콩을 포함해도 3.7%p차이에 불과하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대만의 25.2%, 호주 24.8%, 일본 19.3% 수준보다 낮다. 더 이상 낮출 의존도가 없다. 이젠 탈중국이 아니라 한국의 대중 수출비중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가 오히려 중요해진 상황이다.

2000년 이후 2023년 5월까지 한국의 대중 무역흑자는 6754억 달러였고 대미 무역흑자는 3515억 달러였다. 같은 기간 중 대일 무역적자는 5502억 달러였다. 중국에서 번 무역흑자는 사실 일본에 핵심 소재 부품구매 하는 데 81%가 들어가 버렸다. 그런데 한국은 2000년 이후 단 1개월도 대일 무역흑자를 본 적이 없다. 그런데도 대일적자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대중적자는 2022년 10월 이후 8개월 적자에 난리가 났다.

한국은 대중무역에서는 적자로 돌아섰지만 대미무역에서 배터리, 전기차, 자동차의 수출호조로 무역흑자가 크게 늘었다. 그러나 소재를 중국에 의존하는 대미 배터리, 전기차의 수출호조가 대중 무역흑자를 감소시킬 주범이다. 여차하면 이젠 미국에서 번 것을 중국에 다 바쳐야 하는 수가 생길 수 있고 유사시에 중국이 배터리 소재를 수출 규제하면 한국의 대미흑자는 바로 타격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한국은 지금, 중국에 의존하는 반도체와 소재를 중국에 의존하는 전기차 배터리 때문에 소금장사와 우산장사 아들을 둔 어머니와 같은 상황이다. 현재와 같은 중간재 중심 대중국 수출구조에서는 대중 무역흑자가 아니라 균형수준이 최선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디리스킹(De-Risking)은 미국이 아니라 한국에 더 절실

반도의 숙명은 스스로 절대 파워가 못된 상황에서는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상황에 따라 결정되었지 반도가 스스로 결정한 적이 없다. 대륙세력과 해양세력의 판도를 읽는 눈(視力)이 실력(實力)이었다.

한국은 미·중의 기술전쟁과 자원전쟁에서 깊은 통찰력과 혜안이 필요하다. 한편에 줄서기 외교는 쉽지만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는 양편 외교는 지혜와 혜안이 필요하다. 어떤 나라도 모든 공급망을 다 가진 나라는 없고 공급망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다. 과도한 중국 의존도에서 탈피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당장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품목은 방법이 없다.

한국은 지난 30년간 중국과 자원, 돈, 기술, 상품, 사람이 같이 얽혀져 있었다. “탈중국”이 말은 쉽지만 자원, 돈, 기술, 상품, 사람에서 모두 결별하려면 엄청난 고통과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를 단계적으로 정교하게 정리하지 못한 채 덜렁 탈중국 해버리면 고통은 배가 되고 실익은 잃어버리는 수가 생길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의 디리스킹(De-risking)전략은 정작 미국이 아니라 한국이 중국을 상대하는 데 더 필요한 전략이다.

중국은 이젠 더 이상 한국의 달러박스가 아니다. 하지만 반도체, 배터리, 희토류 소재의 40~8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 대중국 외교의 초점은 자원외교에 맞춰야 한다. 이젠 자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첨단기술도 무용지물인 시대다. 원자재 수입을 통한 가공무역이 주력인 한국, 지금 자원전쟁시대에 자원외교에 실패하면 답이 없다.

야당대표와 주한 중국대사의 미팅에서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지 마라”는 발언을 계기로 한·중관계는 새로운 경색국면에 들어갔다. 중국은 이 문제를 확대시키고 싶지 않다는 의도를 내비치고 있지만 한국에 대한 대응수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비중이 대폭 낮아진 지금 만약 한·중관계가 더 악화된다면 중국은 그간의 한국에 대한 수입통제가 아니라 핵심광물과 소재에 대한 수출통제를 보복 수단으로 쓸 가능성이 크다. 반도체 배터리 등에 필요한 핵심광물과 소재를 중국으로부터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중국 소재발 “제2 요소수”사태를 조심해야 한다.
 


전병서 필자 주요 이력

​△푸단대 박사·칭화대 석사 △대우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반도체IT 애널리스트 17년 △경희대 경영대학원 객원교수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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