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신용자 갈 곳 없다…수요 폭발하는 '현금서비스·소액대출'

2023-06-1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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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의 급전 유통 창구인 카드사 현금서비스와 저축은행 소액대출 수요가 다시 늘고 있다. 다른 대출 상품의 심사조건 및 절차가 까다로워지면서,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 찾는 이들이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수요층이 비슷한 대부 시장의 공급이 축소된 이후 저신용자 중 그나마 상황이 나은 이들도 대거 몰렸다. 이 상품들은 상대적으로 연체 부담이 크고, 최하단 차주의 자금난 해결까지는 도움을 주지 못하는 만큼 복합적인 관리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지난달 말 현금서비스 잔액은 6조1838억원으로 직전 달(6조1789억원)보다 49억원이 늘었다. 지난 2월 6조951억원까지 줄어든 뒤, 2달 연속 상승세다. 상위 5개 저축은행(SBI·OK·웰컴·페퍼·한국투자)의 1분기 말 소액신용대출 규모 역시 5517억원으로, 전년 동기(5318억원)보다 3.74%가 증가했다.
 
양 대출 모두 고금리 기조가 형성된 이후 증가세를 본격화했다. 공통 특징은 신속·간편성이다. 현금서비스는 무인자동화(ATM)기기에 카드를 넣고 신청만 해도 카드 한도 중 최대 40% 대출받을 수 있다. 소액대출 역시 최대 300만원 한도 내에서 당일 비대면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취급 금리는 법정 최고수준(연 20%)에 육박할 정도로 높다.
 
업계에선 고금리 이후 무뎌진 금리에 대한 인식이 수요 증가에 일조했다고 보고 있다. 전체적인 대출 금리가 크게 뛰면서, 연 20%란 금리의 체감 부담이 과거보다 상당히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기존에 빌린 대출을 돌려막기 위해 이용한 다중채무자도 많았다. 수요층이 비슷한 대부업체가 신규 대출 취급을 줄이면서, 상대적으로 여력이 있는 저신용자들이 양 기관에 쏠린 것도 영향을 줬다.
 
문제는 건전성 관리다. 현금서비스의 1분기 말 30일 이상 합산 연체율은 3.81%로 재작년 말 2.53%에서 1.28%포인트가 급증했다. 대형 저축은행 5곳 중 OK저축은행을 제외한 4곳의 소액대출 연체율도 1년 새 각각 1~3%포인트가량 늘었다. 이 중 한국투자저축은행의 경우, 연체율이 13.22%까지 치솟아 이미 관리에 허점이 생겼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에선 이러한 기조가 유지될 시, 향후 가계부채의 뇌관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약 차주의 자금난 해소에 도움을 주는 부분도 미미했다. 각사별로 자체 평가를 통해 연체 차주, 신용점수 최하위 차주 등은 걸러내는 만큼, 정부가 시행 중인 ‘긴급 생계비대출’과는 수요층이 미세하게 갈린다.
 
금융권 관계자는 “(양 대출은) 기본적인 소득이 보장되거나,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저신용자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만큼, 최하단 차주의 자금 문제 해소에까지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며 “다중채무자 또는 중간과 최하위 사이 신용자에 수요가 집중된 만큼, 향후 가계부채 문제로 확산되는 걸 막으려면 지금보다 세밀한 관리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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