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 노사가 부산 이전 이슈를 두고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이전공공기관 지정방안’ 의결을 위한 경영협의회를 본점이 아닌 서울 모처에서 의결하면서 노사 관계가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이게 됐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한국산업은행지부(이하 산은노조)는 28일 서울 종로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이뤄진 경영협의회 의결을 ‘날치기’로 규정했다. 산은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강 회장과 경영진은 직원들의 눈을 피해 은행 밖에서 날치기로 이전기관 지정 방안을 결의했다”며 “해당 의결은 행정 절차를 무시한 채 진행된 것으로 원천 무효”라고 강조했다. 해당 경영협의회는 서울 마포구의 한 호텔에서 개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부산 이전 논쟁의 핵심은 ‘산업은행법 제4조’다. 산은법 제4조 1항은 ‘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산은노조 측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국회에서 법률 개정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산은, 금융위, 국토교통부 앞으로 공문을 발송해 산은 부산 이전 적극 추진을 요청했다”며 “이는 명백한 ‘국회 패싱’이자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산은 측도 이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 15일 산은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산은 이전공공기관 지정방안 검토’ 보고서에는 이전대상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이전계획서 제출·승인은 산은법 개정과 연계해 진행해야 한다는 부대 의견이 명시돼있다. 산은 측은 이 보고서를 통해 “임직원 의견수렴, 컨설팅 결과 등을 반영한 이전계획을 대내·외 공론화 과정 등을 거쳐 수립하고 산은법 개정과 연계해 제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산은법 4조’는 국회에서도 산은 이전을 반대하는 강력한 명분으로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국회 정무위 소속 민주당 의원 11명은 입장문을 통해 “산은 본점 이전을 위해서는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고 법률 개정을 위해서는 사회적 토론과 합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정무위 전체회의에서는 야당 간사인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강 회장에게 “시장에서는 부산 이전을 위한 법 개정이 안 되니까 실질적으로 국회를 무시하고 강행한다고 보고 있다”며 “국회를 이렇게 무시할 수 있냐”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한편 경영협의회 의결에 따라 공은 금융위로 넘어갔다. 금융위는 산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이전공공기관 지정방안을 검토해 국토부로 넘기거나 반려할 수 있다. 산은노조 측은 산은 부산 이전이 금융위 업무보고에도 포함된 만큼 반려할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노조 관계자는 “경영협의회 결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법적·절차적 하자가 있는 이전안이 그대로 (금융위를) 통과한다면 금융위 등 담당 부처에도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