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도입을 검토 중인 '은행대리업' 제도가 국내에 도입될 경우 개인정보 노출 등 우려를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금융소비자 대다수가 금융계좌를 보유하고 있는 국내 현실을 감안해 실질적인 제도 도입 성과에 대한 연구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을 역임한 이상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일 최근 발표한 '은행대리업 운영사례와 교훈'(금융브리프 포커스) 보고서를 통해 "금융위가 도입을 추진 중인 은행대리업의 경우 구체적인 운영방안을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은행대리업' 제도란 비은행 금융기관, 통신·유통업체 등 제3자가 예금, 적금, 대출, 외환 등의 은행 업무를 맡는 것을 말한다. 지난해부터는 전국 2500여 개 우체국 점포에서 입출금 및 계좌 조회 등 은행 업무를 볼 수 있지만 은행대리업 제도 도입 시엔 단순 서비스를 넘어 예·적금과 대출 업무까지 가능해지는 것이다. 최근에는 핀테크 업체들도 은행의 일부 업무를 대리 수행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국에 요구하고 나선 상태다.
우선 '은행대리인'을 통한 접근성 제고와 거래 효율성 제고가 장기적으로 저축이나 대출 규모에 미치는 영향은 뚜렷한 증거가 보이지 않는다고 봤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저축을 좌우하는 것은 거래 비용 외에 가계 내 저축 의사결정 불일치, 저축보다 더 긴급한 다른 문제, 충동구매 소비 등이며 급여 계좌이체 여부, 강제저축 등도 금융거래 행태를 좌우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물리적으로 가까운 은행대리인 추천 대출은 차주 생산성·소득·연체율 측면에서 20% 이상 개선되는 모습을 보인다"며 "초단기 대출 상환 이력에 따라 다음 한도가 늘어나는 가속형 방식을 택할 경우 상당한 대출 증가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 선임연구위원은 15세 이상 인구 금융계좌 보유율이 99%에 이르는 국내에서 '은행대리업'에 대한 구체적인 도입 범위와 발생 가능한 문제점 등에 대해 선제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프라인 접근성 제고 목적인 경우 영업지역을 말레이시아처럼 취약지역으로 한정할지, 일반 법인이나 개인도 대리인 자격을 허용할지, 금융회사로 한정 시 복합점포 등 대체채널 운영 성과 분석, 대리인 교육과 책임, 감독·수수료 체계, 지역 독점 및 대출의 질 악화 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