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경영권 갈등으로 궁지에 몰린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전 총괄 프로듀서와 손잡고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인수하고 나섰다.
하이브는 SM엔터테인먼트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보유한 지분 14.8%를 4228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날 하이브에 따르면 하이브 창업자이자 최대 주주인 방 의장과 이 전 SM 총괄은 이번 계약 체결에 앞서 K팝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나누고, 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방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그 결과물 가운데 하나가 이번 주식양수도계약(SPA) 체결이라는 것이다.
하이브 측은 "방 의장은 이 전 총괄이 K팝을 하나의 산업으로 일궈낸 것에 대해 존경의 뜻을 전달했다. 이 전 총괄이 그려온 글로벌 비전을 현실화하겠다는 의지 또한 표명했다. 방 의장은 평소 '하이브는 (이수만) 선배님께서 개척하고 닦아오신 길에 레드카펫을 깔아주셔서 꽃길만 걸었다'고 언급할 정도로 이 전 총괄과 상호 존중과 존경의 관계를 표명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던 중 방 의장은 이 전 총괄이 올해 초 선포한 '휴머니티와 서스테이너빌리티 : 지구 살리기를 위한 비전' 캠페인에 공감을 표하며, 당시 일련의 사태로 칩거하며 고심 중이던 이 전 총괄에게 지속 가능한 K팝의 영향력 활용을 함께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이 전 총괄은 방 의장이 음악인으로서 문화의 가치를 알고, K팝이 가야 할 미래 방향에 대한 철학을 공유할 수 있다고 판단해 적극적인 지지를 보낼 결심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방 의장은 “하이브는 이수만 선생님께서 추진해 오신 메타버스 구현, 멀티 레이블 체제 확립, 지구 살리기를 위한 비전 캠페인과 같은 전략적 방향성에 전적으로 공감했다”며 “하이브의 역량을 투입해 글로벌 시장에서 K팝의 위상을 더욱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하이브는 지난 1월 SM이 발표한 ‘글로벌 수준의 지배구조’와 연계해 SM의 운영 구조를 선진화하는 노력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하이브는 SM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이 전 총괄 프로듀서의 의지를 확인했고, 이사회 중심 경영을 통해 최고 수준의 지배구조 투명성을 갖춘 것은 물론 멀티 레이블 전략 운영과 팬덤 플랫폼의 개발 등 업계 선진화를 주도해 온 만큼 SM 지배구조 개선 과정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계획이다.
이 전 총괄은 SM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SM과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 간의 계약 해지라는 대승적 결단을 내린 바 있다. 이번 하이브와의 합의 과정에선 라이크기획과 SM엔터테인먼트 간 계약 종료일로부터 3년간 일몰조항에 따라 일부 수수료가 이 전 총괄에게 지급되는 내용을 받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 개인적으로 보유하고 있던 SM 관계사들의 지분도 하이브에 양도, 지배구조 개선 작업에 전폭적으로 협조하기로 했다. 하이브도 관계사 지분 정리를 통한 지배구조 개선에 추가 재원을 투입하면서 이에 화답했다.
하이브는 SM 지분 인수와 동시에 최대 주주 보유 지분 인수가와 동일한 가격에 소액주주의 지분 또한 공개매수하기로 했다. 공개매수를 위한 자금조달 등의 제반 절차는 완료된 상태다. 주당 12만원에 진행되는 공개매수에서 최대 주주가 누리게 될 경영권 프리미엄을 소액주주들과도 나눈다. 이 전 총괄도 이에 찬성했다는 전언이다.
하이브는 "3대 사업 축인 레이블과 솔루션, 플랫폼의 모든 분야에서 SM과 전략적 시너지 창출에 나설 방침이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팬 플랫폼을 확장해 더 넓은 세계의 팬들이 더 많은 아티스트와 만나며 K팝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하겠다. 플랫폼을 통한 협업과 더불어 SM 산하의 다양한 솔루션 사업들과 하이브의 기존 솔루션 사업 간에도 시너지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수만과 방시혁의 이번 거래가 심화한 SM 경영권 분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하이브가 SM 인수전에 뛰어든 것은 창업자인 이 전 총괄이 현 경영진과 갈등을 빚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이사회에 대한 영향력을 잃은 이 전 총괄이 자신의 지분을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할 협상 파트너로 하이브를 낙점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움직임을 감지한 SM 경영진은 지난 7일 긴급 이사회를 열고 카카오에 대한 유상증자 안건을 통과시켰다.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동시에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어렵게 하기 위한 전략으로 시장은 해석했다. 증자를 완료하면 카카오가 SM 지분 9.05%를 확보한다.
이 전 총괄은 경영권 분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신주 발행은 위법이라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카카오가 하이브보다 더 높은 가격에 공개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