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독점 칼날 반도체·플랫폼 '정조준'…빅테크 업계 긴장 고조

2023-01-09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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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컴 이어 구글·카카오 등도 표적

공정위, 플랫폼 규제 조직·인력 등 보강

美·中·EU 등 경쟁당국 행보도 모니터링

빅테크 활개 막고 자국 첨단산업 보호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 2023' 개막을 사흘 앞둔 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LVCC) 중앙홀 플라자에서 구글 등 참가업체들이 부스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연합뉴스]


삼성전자에 갑질을 한 미국 브로드컴이 그간의 불공정 관행을 시정키로 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반도체·플랫폼 시장 전반에 대한 경쟁당국의 규제가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국내외 빅테크 기업의 독점적 지위 남용에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온 만큼 구글과 카카오 등 관련 기업들 역시 촉각을 곤두세운 분위기다.
 
구글·카카오 줄줄이 긴장…숨죽인 플랫폼 업계
9일 관련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브로드컴에 이어 구글·카카오 등 국내외 빅테크 기업의 공정 경쟁 여부에 대한 전반적인 점검에 들어간다.

공정위는 디지털 경제 인프라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와 운영체제(OS), 앱마켓 등 3대 산업의 경쟁 촉진을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둔다는 방침이다.

공정위의 다음 타깃은 구글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구글은 앱 개발자들에게 자사 앱마켓을 통해서만 출시하도록 강요하는 등 영업을 방해한 혐의를 받는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해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공정위의 전방위적인 조사를 받아 온 카카오도 긴장할 수밖에 없다.

공정위는 지난달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직접 겨냥한 바 있다. 김 센터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케이큐브홀딩스가 금산분리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네이버와 아마존 등 다른 플랫폼 기업도 정부 규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네이버는 자사 쇼핑몰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에 유리하도록 쇼핑 검색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했다. 이에 공정위로부터 267억원의 과징금 철퇴를 맞았다. 네이버는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최근 패소했다.

이 밖에 공정위는 지난해 말 국내 클라우드 시장이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독과점 방지 정책 수립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공정위, 조직·인력 확충…압박 수위 높아질 듯

[사진=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는 지난해 말부터 조직·인력 정비를 통해 반도체·플랫폼 산업 규제를 위한 칼을 갈아왔다. 향후 고강도 압박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지난해 12월 경제분석과장에 이화령 전 한국개발연구원(KDI) 플랫폼경제연구팀장을 앉힌 게 대표적이다. 이 과장은 KDI에서 공정거래와 관련한 정책 연구와 자문, 평가 등을 수행해 왔고, 최근에는 플랫폼 경제 분야 경쟁정책 방향을 주로 연구했다.

공정위에서는 소관 사건과 관련된 경쟁 제한적 법령 및 제도의 효과를 분석하는 업무를 총괄하게 된다.

임시조직이던 온라인플랫폼팀은 온라인플랫폼정책과로 격상됐다.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 해소 등과 관련된 정책을 수립하는 게 주 업무다.

공정위는 플랫폼 시장 규율을 강화하기 위한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도 제정 중이다. 애초 지난 연말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상정 직전 관계부처 협의 요청이 들어오면서 올해로 미뤄졌다. 

해당 지침에는 온라인 플랫폼 분야의 시장 지배력 평가 기준 등과 함께 경쟁 플랫폼 방해, 유리한 거래조건 요구, 자사 우대, 끼워 팔기 등 위반 행위의 구체적 사례가 담길 전망이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의 경쟁당국과도 정보 교류 확대 및 공조 체제 강화를 추진 중이다. 글로벌 빅테크 규제 흐름은 불공정 해소와 더불어 자국의 첨단산업 보호 수단으로도 활용되는 모습이다. 

실제 오는 5월 EU가 디지털시장법(DMA)을 본격 시행하면 구글 등 비유럽 빅테크들이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정보통신(IT) 공룡들이 국내 산업을 함부로 침탈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공정위 업무 중 하나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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