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즉시연금과 금융소비자

2023-01-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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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미수 서울디지털대 교수]

지난해 4000억원대에 달하는 삼성생명 즉시연금 미지급금 반환소송에 이어 교보생명도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700억원대 교보생명 즉시연금 미지급금을 둘러싼 소비자들 간 공방에서 2심 재판부가 보험사 손을 들어준 것이다.
 
소비자들은 보험사가 즉시연금 만기환급금을 지급하면서 사업비를 공제한다는 사실에 대해 설명이 불충분했다고 주장했고 이에 대해 보험사는 보험약관의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된 보험금이 지급된다고 설명했다고 주장해왔다.
 
재판부는 보험사가 판매 과정에서 중요사항을 설명했다며 "설명의무 위반을 인정하지 않았다. 연금이자도 제시된 산출 방법에 의해 명확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주장한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도 적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즉시연금 미지급금 소송전은 상속만기형 즉시연금 상품에 가입한 소비자들이 2017년 연금액에서 만기보험금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비 등의 일정금액을 공제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보험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시작됐다.
 
즉시연금 소송의 쟁점이 된 상속만기형은 보험사가 소비자로부터 일시에 받은 보험료를 재원으로 보험수익자에게 매월 연금을 지급하고 만기 시에는 처음 납입했던 납입보험료의 상당액을 돌려주도록 만들어진 상품이다.
 
소비자들은 보험사가 약관에 명시하지 않은 내용, 즉 연금월액에서 만기 시 보험사가 납입보험료 상당액을 돌려주기 위해 쌓는 재원을 연금액에서 제외했으니 미지급된 보험금을 돌려달라고 주장했다, 보험사는 가입설계서, 핵심상품설명서, 산출방법서 등 약관을 제외한 기초서류에 이러한 내용을 충분히 설명했다고 반박했다.
 
2017년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는 약관에 책임준비금은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된다고 돼 있을 뿐 연금액 산정방법은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보험사가 연금을 과소지급했다고 판단했다. 책임준비금으로 공제했던 돈을 계산해 모두 연금으로 지급하라고 권고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규모는 16만명, 8000억원에서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2021년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도 소비자들의 손을 들어주었다. 약관상 연금에서 사업비를 공제한다는 사실 등이 불명확하게 표현돼 있다고 주장했다. 약관 내용이 명확하지 않을 때에는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한다는 작성자 불이익의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1심 재판부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약관에 연금지급 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빠져있는 점, 해당 내용에 대한 설명이 가입자에게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가입자가 낸 보험료 중 적립액 공제가 되고 나머지를 지급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은 약관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아 여러 가지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해야만 도출될 수 있는 내용에 해당한다며 만기 시 환급되는 보험금 상당액을 다 받게 하기 위해 일부를 떼어놓는다는 것을 설명해야 하는데 이는 약관에도 없고 상품 판매과정에서도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기초 서류에서 정한 복잡한 연금월액 계산방법 자체를 설명하지 않더라도 연금월액이 어떤 방법으로 결정되는지 등을 명확히 설명해 소비자가 보험계약 체결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것이라고 판시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보험사가 제공한 산출내역서의 계산식을 통해 공제 사실을 알 수 있었고 보험상품 판매자가 소비자에게 설명의무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연이어 소비자 패소 결정을 한 것이다.
 
이번 재판부의 결정은 약관이 아닌 산출내역서 상 제시된 연금월액 계산 수식까지 이제는 소비자가 모두 이해하고 가입해야 된다는 의미다. 수식까지 모두 이해하고 가입하는 것이 가능할지,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면 이제 보험 가입도 어렵게 되는 것은 아닌지 금융소비자보호는 더 멀어지는 느낌이다.
 
산출방법서는 보험약관이 아니며, 보험 계약 시 소비자에게 반드시 교부해야 하는 서류도 아니므로 당연히 보험약관을 기준으로 설명의무가 이행됐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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