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2 전차 엔진을 개발한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정산금 지급을 놓고 마찰을 빚어온 국방과학연구소와 벌인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이번 판결로 국방과학연구소 측은 148억원 상당을 지급하게 됐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민사12부(이한상 부장판사)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국방과학연구소를 상대로 한 정산금 청구소송에서 “원가비용 148억원 상당과 그 지연손해금을 현대두산인프라코어에게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그러나 국방과학연구소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엔진 개발을 마무리하자 돌연 정산금 지급을 거부했다. 정부투자비 409억원은 국방과학연구소가 확보한 예산 범위를 넘어 투입된 개발비용이라는 이유에서다. 계약서에 '확보한 예산 범위 내에서 정산한다'는 문구가 있었던 점을 내세운 것이다.
이에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확보한 예산 범위에서 정산한다’는 문구는 정산금 상한을 정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방과학연구소에게 예산을 확보할 의무를 확인한 것에 불과하며, 발주처가 일방적으로 정산금을 결정할 수 있게 되는 국방과학연구소의 계약 해석은 국가계약법령에는 물론 정의와 형평의 원칙에도 반해 허용될 수 없다며 소송을 냈다.
법원은 국방과학연구소의 주장을 모두 배척하고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다만, 현대두산인프라코어가 지급을 구하는 정산금 중 ‘추가 집행분’에 관한 정산금은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보고 정산금 청구 중 일부인 148억원을 인용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결로 방산물자 개발에 소요될 원가 비용을 예상할 수 없어 개산계약으로 체결되는 방산계약에서 발주자인 국가기관이 예산 확보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개발 비용을 축소해 정산하는 방식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평가했다.
이 사건에서 현대두산인프라코어를 대리한 화우의 박재우 변호사(사법연수원 34기)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주요 주장을 받아들인 이번 판결로 K2 전차의 엔진 개발에 성공한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노력과 헌신을 법원으로부터 인정받았다“면서도 “다만, 법원이 일부 받아들이지 않은 정산금 부분에 대해선 신중한 검토를 거쳐 항소를 고려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이번 판결이 각고의 노력 끝에 현대두산인프리코어가 개발에 성공한 1500마력 엔진을 바탕으로 K2 전차가 한국 방위산업의 우수성을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