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는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로 선출된 경영자가 주주를 대리하여 운영하는 시대가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간접참여방식으로 인해 주인보다 대리인의 권한이 너무 강해졌다는 것이다. 회사는 경영자가 거의 독점적으로 운영하고, 회사의 주주들은 존재감을 상실해가고 있다. 이러한 독점적 경영권을 견제하기 위해 다양한 견제장치를 도입하고는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는 매우 미미하며, 오히려 대리인들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는 추세로 진행되고 있다. 경영자를 한번 선출(보통결의)하면 임기 전에 해임하는 것(특별결의)이 어렵고, 한번 선출하면 임기가 끝나기 전에 교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다시 말해, 한번 선임된 경영자는 실질적인 견제장치를 사용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상장(코스닥)기업은 주주총회에서 이사들을 선출하여 이사회를 구성하고, 이사회에서는 집행경영자를 임명하여 회사를 경영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결국, 주주들은 회사경영에 간접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으며, 집행경영자를 선출하거나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주주들의 권리는 점점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회사가 주주 중심의 지배구조에서 이해관계자를 중시하는 지배구조로 변하면서 주주들의 이익과 권리는 많은 분야에서 약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글로벌 투자금융가들의 투자기준으로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을 중시하는 ESG 경영이 부각되면서 주주들의 권리는 더욱 약해지고 있다. 주주들의 권리가 약화된다는 것은 주식투자에 대한 위험이 증가하고,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제약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 주식회사가 특정집단 또는 특정주주에 의해 지배된다는 것이며, 특정집단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경영자들에 의해 사회의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더욱 악화되는 원인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상법에는 주식양도자유의 원칙이 있지만 주식에 포함되어 있는 의결권을 유상으로 매매하는 것을 금지하는 명확한 법규는 없다. 다만, 주주권과 의결권을 분리할 수 없기 때문에 의결권을 별도로 분리하여 거래하는 유상매매는 불법이라는 해석과 국민의 투표권을 유상거래 할 수 없다는 조항(공직선거법 제230조(매수 및 이해유도죄)를 인용하여 해석하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경영권 분쟁의 상황에서 의결권을 위임 받는 과정에서 주주간 이익을 공유하는 방법의 하나로 활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주주들이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법은 주주가 직접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행사할 수도 있고, 서면투표, 전자투표, 의결권 신탁(Voting Trust), 제3자에게 의결권을 위임하는 방법, 의결권 권유를 통해 확보하는 방법 등으로 다양하다. 제3자에게 의결권을 위임하는 방법은 주주가 대리인에게 위임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대리인이 일정한 법적 요건을 갖춘 후에 주주에게 의결권 위임을 요청하여 행사할 수는 있지만 의결권을 유상으로 매매하는 경우는 법률적 문제가 발생하여 다툼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주주총회가 끝나고 경영권에 대한 결과가 나타난 후에 법적인 소송이 진행되기 때문에 활용할 수 있는 변수가 다양하게 발생되는 것이다.
의결권을 주식과 분리하여 자유롭게 유상 양도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면 주주들의 권한 및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은 매우 강화될 것이다. 특히, 상법 또는 자본시장법으로 의결권의 유상거래를 할 수 있게 개정하면 일반투자가들의 이익이 증대함은 물론 주식가격도 상당부분 상승하여 주식시장의 침체를 방지하는 역할을 할 것이며,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분쟁은 수시로 발생하게 될 것이다. 특정 소수에 의해 독점되어 있는 회사의 경영권을 시장의 거래에 의해 결정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혼란은 있겠지만 경영권을 독점하는 폐해는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법의 근간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원칙을 도입하면서 경영자의 권력남용과 사적 이익의 추구행위에 대한 권한이 너무 강해진 것은 사실이다. 주주들이 의결권 행사에 무관심하면서 경영자의 권력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상법에 주주들의 권리행사를 어렵게 하고 한정시킨 것도 주주들이 의결권 행사에 무관심하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또 하나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분쟁의 상황에서 주가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대표적인 주식투자기법으로 공매도(Short selling) 전략을 고려해 볼 수 있다. 공매도는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주식을 소유하고 있지는 않지만 해당기업의 주식을 빌려서 매도하고, 주가가 하락하면 재매입하여 주식을 상환하여 주가차익을 실현하는 주식투자기법이다. 일반적으로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여 의결권 확보경쟁이 벌어지면, 주식가격이 비정상적으로 급등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종료되면 급격하게 하락하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의결권 행사가 가능한 기간에는 공매도를 통해 주식을 매도하고, 경영권 분쟁이 종료 후 주가가 하락하면 매수하여 주식을 상환하면 돈 버는 주식투자가 가능하다. 대개 결산이 종료되는 시점에서는 주주총회에 대한 의결권과 배당권리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공매도 거래가 많은 주식이 바닥을 찍고 있다고 판단되면 해당주식을 매입하여 빌린 주식을 상환하여 주가차익을 노리는 전략도 고려해 볼 만하다.
적대적 M&A 방법으로 경영권에 도전하는 것은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 실패 확률이 매우 높은 투자방법이다. 때문에 적대적 M&A를 시도하기 위해서는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을 준비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는 이미 다양한 파생 상품으로 개발되고 있다. 주식을 빌려 주주명부에 명의개서를 하여 행사하는 방법, 주주명부를 폐쇄하기 직전에 주식을 빌리고 기준일 직후에 주식을 되갚는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방법, 5일 이내에 주식을 대여하는 데 따른 이자 내지는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법, 주식의 공매도와 대차거래를 활용하는 방법, 의결권 신탁(Voting Trust), 백기사 또는 흑기사의 초빙, 소수주주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주주간 협약, 주식의 위장분산, 스톡 파킹, 무자본 M&A에 의한 주식의 위장분산 및 의결권 확보, 공동경영에 대한 협약, 기타 다양한 기법에 의해 법률의 규제를 회피하여 의결권을 확보하는 방법은 이미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적대적 M&A에 의해 발생하는 경영권 분쟁은 주주총회의 권한과 이사회의 권한이 충돌되기도 한다. 주주총회 권한이 강하면 경영권에 도전하는 세력에게 유리할 수 있으며, 이사회 권한이 강하면 경영권 방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상법 및 정관에서 정하고 있는 주주총회와 이사회의 의결권한 분리 내용도 도전자보다는 방어자에게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이는 전 세계 대부분의 자본주의 국가들이 가지고 있는 경영지배권 체계의 공통점이다. 하지만 주주총회 결의를 거쳐 정관에 의결권을 분리하여 유상매매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결정하면 의결권의 유상매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한다(의결권의 매매가격은 배당금과 비례하여 배당금 수준으로 가격을 정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이와 같이 되면 적대적 M&A 또는 경영권 분쟁은 증가하겠지만 주주들의 이익실현이 용이해지고, 경영진에 대한 강력한 견제장치가 마련되고, 경영권 매매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 시장에 대해 일반주주들까지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일반주주의 주가차익을 실현하는 것은 물론 주식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프론티어 M&A 성보경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및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