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의 가격 규제는 보험권도 예외는 아니다. 원칙적으로 보험료 책정은 보험사 고유 권한이지만 자동차보험은 의무가입 상품이라는 이유로,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가 4000만명에 달해 사실상 '제2의 건강보험'으로 여겨지면서 당국과 매년 요율을 논의한다. 보험업계는 두 상품군 모두 누적 적자가 이어지고 있지만 미운털이 박힐까 이를 감내하며 당국 가이드라인을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당국은 두 상품군 모두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돼 민생경제와 직결되는 만큼 요율 조정 시 이를 엄격히 규제하고 있다. 실제 이달 정부와 국민의힘은 당정협의회를 열고 내년 자동차보험료 인하를 보험업계에 강력히 촉구했다. 당정은 올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근거로 인하 여력이 있다고 봤다. 상위 손해보험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올해 1~9월 평균 77.9%로, 손보사들은 통상 사업비를 고려해 '77~80% 초반대'를 적정 손해율 수준으로 보고 있다.
실손보험은 매년 손해율이 100%를 상회해 당국도 인상을 허용해주는 분위기다. 그러나 내년 인상률을 놓고 올해(14.2%)보다 낮은 10% 안팎에서 보험권과 논의를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보험업계는 130% 내외인 손해율이 매년 지속되고 있으며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해 향후 5년간 21% 이상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내놨다. 아울러 지난 5년간 실손 위험손실액은 11조원 이상이며 현 수준 유지 시 향후 5년간 실손 누적 위험손실액만 약 3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원은 과도한 가격 규제는 공급을 위축시켜 장기적 경쟁을 저하시킬 수 있다며 현행 보험료 규제 수준에 대한 적정성 검토를 촉구하기도 했다.
업계에선 당국의 요율 개입이 소비자 피해로 전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장에 보험료가 적게 오르면 소비자들에게 이로워 보일 수 있겠으나 적자 폭이 커지면 실손 가입 장벽이 높아지거나 실손 제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며 "기존 30여 개에 달했던 실손 판매사가 현재는 절반가량만 남은 상태며 일부 보험사에서는 건강 검사를 통해 이상 유무 판단 후 가입을 결정하는 등 사실상 신규 가입 제한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사들에 자율성을 부여해 상품과 보장 구조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