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리딩 컴퍼니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그간 주주들에게 공언해 온 배당성향 50% 계획을 내년 초 이행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내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따라 보험사 순익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배당성향이 전년 대비 줄거나 유사한 수준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3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2021년 결산 기준 배당성향은 36.7%다. 이는 전년(35.5%)보다 소폭 상향된 수치지만 2019년 37%와 비교하면 하락했다. 삼성화재는 지난해 결산 기준 배당성향이 45.3%였다. 전년(49.5%)과 2019년(56.2%) 대비 각각 4.2%포인트, 10.9%포인트 줄었다.
보험권은 배당성향 50% 목전에 다다른 삼성화재 행보에 특히 주목하는 모습이다. 생명보험사들은 최근 저축성 보험과 퇴직연금 만기 도래에 따른 자금 이탈 현상이 이어지고 있지만 손해보험사들은 금리 상승기 속에서도 실적 우상향 기조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생명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 533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58.8% 감소했다. 반면 삼성화재는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1조1019억원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실적을 보였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50% 배당성향이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년 부채의 시가평가를 골자로 한 IFRS17이 도입돼 수익으로 인식된 일부 부채 규모가 증가해 순익이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올라간 기업 배당성향을 쉽게 내리기 어려운 만큼 한번에 5%포인트 이상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더욱이 새 회계 제도 도입으로 수익이 늘어나 산출 구조에 따라 배당성향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주당배당금은 늘어나거나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IFRS17 도입 초기에 리스크 대비에 따른 자본 확보 필요성이 여전해 당국의 배당 자제 움직임이 내년에도 되풀이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해 당국은 코로나 장기화 리스크 관리와 IFRS17 도입에 대비해 전년 수준으로 배당성향을 유지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지난해 양사 배당성향이 시장 기대치에 못 미치자 배당 자제를 권고한 당국 눈치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배당성향을 낮추면 주주 반발이 거셀 수 있고,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후폭풍을 맞을 수 있다"며 "IFRS17 도입 후에도 당국이 모니터링을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주주 이익 환원 기조도 무시할 수 없어 배당성향을 놓고 고민이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