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창선 칼럼] '김어준의 뉴스공장'이 남긴 것

2022-12-08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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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선 시사평론가]
 


참으로 오랜 시간을 끌어온 ‘김어준 논란’이었다. 대체 ‘김어준’이라는 인물의 존재가 무엇이었길래 그 숱한 비판과 반발 속에서도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건재할 수 있었던 것일까. 문재인 정부 시절 내내 편파방송 논란의 중심에 섰던 김어준씨의 방송이었다. 그가 TBS 라디오에서 진행했던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끊임없이 편파방송 논란을 불러일으키곤 했다. 자기 개인의 유튜브 방송이었다면 어떤 내용을 하든 전적으로 본인의 자유이다. 하지만 서울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영적 방송에서 특정 정파의 스피커 역할을 계속해 온 것은 부당한 일이었음에 틀림없다.

김씨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는 ‘생태탕 선거’, 2022년 대선 때는 ‘쥴리 선거’ 만들기에 앞장섰던 네거티브의 선봉장이었다. 그는 온갖 음모론을 유포하면서 자기가 지지하는 민주당과 그 후보들의 승리를 도모해왔다. 2012년 대선 부정 개표에서 세월호 고의 침몰설에 이르기까지 각종 음모론을 주장하고 영화까지 만들어가며 확산시킨 이력을 갖고 있기도 하다. 물론 그가 제기한 음모론의 대부분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되곤 했다. 그러나 그는 사과 한마디 없이 좌고우면 하지 않고 음모론의 행진을 이어갔다.

세상이 다 알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지지자인 김씨가 서울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에서 시사방송을 진행하는 것 자체가 애당초 잘못이었다. 서울시민들 가운데는 물론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시민들이 더 많다. 그런 시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자신이 낸 세금으로 특정 정당의 편에 서는 방송을 하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 시절부터 당시의 야당은 물론이고 많은 시민들이 김어준씨의 방송 하차를 요구해왔지만 TBS와 김어준씨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자신들이야 정치적 신념에 따라 그런 방송을 한다지만, 정치적 견해가 다른 많은 시민들이 아침마다 그의 방송을 강요받는 것은 상식과는 거리가 먼 일이었다.

그런 상식 밖의 상황이 가능했던 것은 김어준씨의 ‘뒷배’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팬덤정치와 민주당이었다. 진영의 팬덤들은 매일같이 김어준 방송에 환호하며 그가 쏟아내는 말들을 통해 정치를 이해하곤 했다. 이는 우리 정치가 갈수록 극단주의화 되었던 일련의 상황과 맞물려 있다. 그리고 민주당은 김어준씨의 방송을 즐기며 사실상 ‘김어준-민주당’ 연대를 구축했다. 민주당의 정치인들은 김씨의 섭외가 있으면 달려가 온갖 선정적인 발언들을 쏟아내며 팬덤들의 지지를 얻는 경쟁을 벌이기도 했으니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김어준 방송은 지난 3월 정권교체가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여왔다. 그동안 방송심의위원회로부터 각종 제재를 수없이 받아온 방송이었지만, 언제나 그를 감싸온 TBS의 태도로 인해 그는 누구보다 장수하는 방송 진행자가 될 수 있었다. 대선이 끝난 이후에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는 민주당의 여러 정치인들이 단골 출연하며 ‘김건희 강아지’와 ‘김건희 장신구’ 얘기를 했고 ‘빈곤 포르노’ 얘기를 했다. 우상호 의원은 “(김건희 여사가) 대한민국의 영부인, 퍼스트 레이디인데 미국 대통령의 팔짱을 낀 모습은 조금 보기 불편하더라”며 “팔짱을 왜 끼나”라고 힐난하기도 했다. 이경 민주당 부대변인은 "솔직히 김 여사가 '여사'인지 '대통령'인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두가 최근까지 계속된 일들이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서는 ‘과거 이태원 참사 현장에선 핼러윈 축제가 열리면 일방통행을 하도록 경찰이 통제했다’는 사실과 다른 발언을 해서 방송심의위원회의 제재가 진행 중에 있다.

얼마 전 유튜브 채널인 ‘더탐사’ 소속 사람들이 5명씩이나 무리지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집에 찾아가 도어록까지 해제하려 했던 사건이 있었다. 여론의 비판을 받았던 이 행위에 대해서조차 김어준씨는 옹호하는 궤변을 서슴지 않았다. 방송에서 그가 했던 말은 "집에 들어간 건 아니지 않나, 집 앞에 왔다는 거 아니냐. 가겠다고 사전 예고도 했고”라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만약 상대가 힘없는 개인이라고 하면 비판받을 여지가 있는데, 그 대상이 한동훈 장관이라는 권력자라면 취재의 일환으로 용인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는 주장을 폈다. 기본적인 상식과 균형에서 벗어난 그의 모습이 최근까지도 계속되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였다.

결국 서울시는 TBS에 대한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조례를 지난 2일 공포했다. 이 조례는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소속 시의원 76명 전원이 공동 발의하여 시의회 본회의를 통과했던 것이다. 이에 따라 2024년부터 TBS에 대한 서울시 예산 지원은 끊기게 된다. 서울시의회는 이 조례가 TBS로 하여금 민간 주도 언론으로서 독립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그동안의 편파 방송에 대한 응징의 성격임은 충분히 알 수 있다. 대선이 끝난 이후라도 TBS가 시민들의 여론을 받아들여 자정의 노력을 기울일 기회는 충분히 있었다. 김씨도 스스로 물러나 TBS 문제 해결의 물꼬를 틀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모두 귀를 막은 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자정의 능력을 보이지 않으니 결국 그런 극단적인 대응을 자초하게 된 셈이다.

강준만 교수는 <신동아> 10월호에 기고한 ‘나는 김어준 옹호자들이 역겹다’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내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우리가 아무리 편을 갈라 진영 전쟁을 벌인다 해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은 있는 법이며, 이를 검증하기 위해선 역지사지(易地思之)를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당신이 진보라면 ‘보수의 김어준’을 옹호하거나 용인할 수 있는지 말이다. 물론 ‘진보의 김어준’이 진보를 망쳤듯이, ‘보수의 김어준’도 보수를 망치겠지만, 우리가 서로 망하자고 정치를 하고 정치에 참여하고 정치에 관심을 갖는 건 아니잖은가.”

김어준 방송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정치의 문제다. 모든 합리적 비판들을 외면하면서 그의 방송이 건재할 수 있었던 데는 우리 정치를 비정상적인 방향으로 끌고 간 팬덤정치, 그리고 그 등에 업힌 민주당의 떳떳하지 못한 정치행태가 있었다. 김어준 방송은 멀쩡했던 TBS를 결국 고사의 위기로 몰아넣게 되었고, 그러고 나서야 이제 하차설이 나오고 있다. 시민들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방송에서 김어준 방송이 문을 닫게 된들, 이는 ‘탄압’이 아니라 ‘정상화’이다.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보수와 진보를 불문하고 이런 비상식적인 일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된다.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대학원 사회학 박사 ▷전 경희대 사이버대학교 NGO학과 외래교수 ▷전 한림대 사회학과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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