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제도로 기업승계 시 세금을 내기 위해 회사 지분을 반 이상 처분해야 합니다. 50년 동안 땀 흘려 일궈 놓은 회사의 주인이 하루 아침에 바뀌거나 없어지는 상황에 이를 겁니다.” -송공석 와토스코리아 대표(70)
“중소기업인 2~3세대는 현금이나 부동산으로 (부모의 재산을) 물려받으려 하지, 회사를 물려받아 고생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만큼 기업승계에 부담과 책임이 따르는데 ‘부의 대물림’으로 봐선 안 됩니다.” -한종우 한울생약 대표(45)
중소기업계가 원활한 기업승계를 지원을 위한 정부 세제개편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했다. 중소기업 대표들의 고령화로 세대 교체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과도한 상속세 부담과 까다로운 가업상속공제 제도로 인해 기업승계를 포기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다.
정부 세제개편안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연 매출 4000억원 미만 기업에서 1조원 미만 기업으로 확대하고, 공제 한도를 200억~500억원에서 400억~1000억원으로 늘렸다. 사후 요건도 완화해 고용 인원과 총급여, 고용요건을 5년 평균 90% 유지로 조정했다. 업종 변경은 제조업‧서비스업‧건설업 등 같은 업종 내에서는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확대했다.
김기문 중기중앙회장은 “정부의 세제개편안만 통과되면 많은 중소기업들의 기업승계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며 “현재 가업상속 공제를 받기 위해서는 사전에 가업, 피상속인, 상속인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사후에도 자산과 고용유지, 업종변경 제한 등 지켜야 할 요건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현행 가업상속공제는 요건이 까다로운 탓에 이용률도 저조한 실정이다. 김 회장은 “지금의 현실을 보면 가업상속 공제한도가 500억원이지만 사전사후 요건이 까다로워 연간 활용건수가 100건도 안 된다”며 “반면 독일의 경우 제도활용 건수가 연간 1만건을 상회하고, 일본은 평균 3800건이 넘는다”고 꼬집었다.
실제 승계를 진행하는 1‧2세대 중소기업인들도 현장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아버지가 창업한 회사를 물려받은 2세대 기업인 한종우 대표는 “증여를 통해 빠른 승계를 하고 싶어도 낮은 (증여세 과세특례) 한도로 상속시점까지 승계를 미룰 수밖에 없는 기업이 많다”며 “상속을 통한 승계는 가족 간 분쟁으로 기업의 존폐까지 위태로워진다”고 전했다.
기업승계를 준비하는 1세대 기업인 송공석 대표도 “현행 제도는 상속 중심으로 이뤄져 제가 죽은 다음에야 승계가 완료된다”며 “준비하고 있던 투자가 잘 돼서 업종이 바뀌면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위반한 게 돼 투자도 자유롭게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업종이 바뀌면 세제 혜택을 받기 어려워 사업 확장도 주저하고 있다는 게 송 대표의 하소연이다.
기업승계가 부자감세나 부의 대물림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반론을 폈다. 송 대표는 “기업승계는 재산이 아닌 주식을 물려받는 것”이라며 “회사 자산을 (2세대가) 가져가려면 배당이나 주식 매매를 거쳐야 하며, 이 과정에서 49.5%의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게 어떻게 부의 대물림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회장도 “가업승계 지원세제는 비업무용 부동산이나 현금에는 적용되지 않고, 오로지 기업운영에 관련된 자산에만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업승계를 통해 1세대의 오랜 경험과 노하우가 2세대의 젊은 감각의 혁신과 조화를 이룬다면 기업도 더 성장할 수 있고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업승계입법추진위원회는 기업승계 지원제도 개선을 위해 관련 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 위해 조직된 기구다. 김 회장과 곽수근 서울대 명예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았으며 중소기업단체협의회에 소속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벤처기업협회 등 12개 단체와 승계기업인 협의체인 한국가업승계기업협의회가 참여한다.
위원회는 추후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방문을 통해 성명서를 제출하는 등 기업승계 세제개편안의 입법을 촉구하는 활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