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경기둔화와 미국의 강도 높은 긴축정책 등으로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코스닥 상장사의 전환사채(CB)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건수도 작년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 리픽싱이 이뤄지면 발행되는 주식 수도 늘어나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9월 1일 이후 19일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전환가액의조정’을 공시한 건수는 총 73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기록한 40건 대비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정정공시가 잇따른 이즈미디어의 리픽싱 공시 11건을 제외해도 62건으로 전년 대비 높은 수준이다.
전환사채는 채권이지만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부여돼 일정 기간이 지나면 돈 대신 주식으로 받을 수 있다. 신주인수권부사채(BW)와 함께 ‘메자닌(Mezzanine) 채권’으로 불린다. 리픽싱은 주가가 전환가격보다 낮아질 경우 낮아진 만큼 새로운 전환가격을 적용한다는 조항이다. 가격이 하락한 만큼 발행되는 주식의 수도 늘어난다. 이는 곧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으로 직결된다는 얘기다.
실제 와이제이엠게임즈는 지난 19일 전환가액이 기존 2097원에서 1956원으로 조정되면서 전환되는 주식 수도 기존 345만7314주에서 370만6538주로 24만9224주가 늘었다고 공시했다. 또 세토피아는 1726원에서 1339원으로 전환가액이 조정됐고, 이에 전환가능 주식도 405만5619주에서 522만7781주로 100만주 이상 늘었다. 티에스넥스젠은 1150원에서 1105원으로 전환가액이 조정되면서 전환가능 주식은 1304만3478주에서 1357만4660주로 증가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리픽싱 조건이 존재하는 메자닌 채권 중 64.8%가 리픽싱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리픽싱이 이루어진 이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추가 리픽싱을 하는 사례도 다수 존재한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리픽싱으로 전환이 가능한 주식이 늘어난다는 것은 주주가치 희석과 오버행 우려 등으로 기존 주주와 회사 입장에서 불리하다”며 “자금 동원력이 떨어지는 코스닥 기업들의 경우 메자닌 발행이 유일한 자금조달 창구인 만큼 전환사채를 자주 발행하는 상장사에 대해서는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