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의신'으로 불린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그룹 명예회장이 노환으로 90세를 일기로 별세한 가운데 그의 일생이 주목받고 있다.
31일 아주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그룹 회장은 별세 이후 파나소닉(옛 마쓰시타전기)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혼다 창업자 혼다 소이치로 등과 함께 일본에서 가장 존경받는 재계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다.
이나모리 회장의 인생은 교세라 그룹을 떼어 놓고 말할 수 없다. 1932년 일본 남부 가고시마에서 출생한 이나모리 회장은 가고시마대학 공학부를 졸업한 후 27세이던 1959년 교토 세라믹(교세라)을 창업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당시 지인으로부터 자본금 300만 엔(약 2900만원)을 출자받아 직원 28명의 교세라를 출범시켰다. 이나모리 회장은 1966년 교세라의 사장이 되어 회사 경영을 일선에서 지휘했다. 교세라는 지난해 기준 종업원 8만여 명, 매출 1조 8400억 엔(약 17조 900억원)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아메바 경영'을 도입한 사람도 이나모리 회장이다. 아메바 경영은 기업을 10명 이하의 소집단(아메바)으로 재편해 각 팀의 효율을 극대화 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노동시간 단축과 매출 증가를 유도했다.
2005년 교세라 이사회에서 은퇴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일본항공(JAL) 회장으로 복귀했다. JAL이 일본 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2조 3000억 엔의 부채로 파산하자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와 민주당은 이나모리 회장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2010년 JAL에 무보수 회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이후 1만6000여 명의 인원 감축과 구제선 40% 국내선 30%의 적자 노선을 정리했다. 이후 JAL은 이나모리 회장이 경영한 지 3년도 지나지 않아 흑자로 돌아섰고 2012년 도쿄증시에 재상장됐다.
일본 정치에도 공헌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일본은 정권 교체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민주당이 선거 승리를 거둔 2009년 이나모리 회장은 내각의 특별 고문을 맡기도 했다.
이나모리 회장은 ‘씨 없는 수박’을 개량해낸 우장춘 박사의 넷째 사위로 한국과의 인연도 깊다. 과거 박지성 선수가 활약했던 일본 프로축구팀 교토퍼플상가를 후원하기도 했다. 가까운 친인척이 모여 이나모리 회장의 장례식을 치렀으며 별도의 행사는 추후 열릴 예정이다.
일본 재계 지도자들은 타계 소식에 애도를 표했다. 다나카 다카시 KDDI 의장은 "일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통신 서비스를 만들려는 그의 야망이 그를 통신계의 거인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JAL사는 성명을 통해 "이나모리 회장은 탁월한 리더십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JAL 사의 사고를 바꾼 사람"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