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끌의 끝] 생애 첫 주택 구매, 전년 대비 40%↓...청년층 '자산 사다리 놓기' 어려워져

2022-07-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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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사진=연합뉴스]

올 상반기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수가 9년여 만에 가장 적을 정도로 급감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영끌'(대출을 최대한 받아 부동산 등 자산에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30세대의 매수심리 역시 크게 위축했다. 생애 첫 부동산 구매는 대출 의존도가 높은 만큼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의 여파가 큰 것으로 풀이된다. 

◆생애 첫 주택 구매, 전년 대비 40%↓...'이자 부담' 압박감에 2030 위축

15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생애 처음으로 아파트, 빌라, 오피스텔 등 집합건물을 구입한 매수인은 16만846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상반기 기준 2012년(16만1744명) 이후 10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특히 같은 기준으로 최대치를 기록했던 지난해의 28만4815명과 비교했을 땐 40.9% 급감했다.  

월별로도 지난달 기준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는 2만6111명에 그쳤는데, 5만4000명대로 치솟았던 지난해 3월에 비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뿐 아니라 2013년 2월(3만5320명) 이후 가장 적은 숫자였다. 

생애 첫 부동산 구매자의 수가 크게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20~30대의 매수 비중도 한풀 꺾이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전체 주택 매수자에서 생애 첫 매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4.6%였는데, 지난달에는 33.5%로 줄어든 상태다. 
 
같은 달 2030세대의 생애 첫 주택 구매 비중 역시 55%로 줄었다. 지난해 생애 첫 주택 구매자 중 2030세대의 비중이 64%까지 치솟았던 것을 감안하면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2030세대의 생애 첫 주택 구매 비중뿐 아니라 전체 주택 거래량에서의 비중 역시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전국의 주택 거래량은 46만4832건으로 전년 동기(74만7468건) 대비 62% 수준을 기록했다. 이 중 20~30대 주택 매입 비율은 25.03%였는데, 1년 전인 지난해 5월 당시의 27.19%에서 소폭(2.16%포인트) 감소했다.

이와 관련해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 실장은 "한동안 집값이 제자리에 머물거나 떨어질 가능성이 보이는 상황에서 높은 이자 부담을 감수하면서까지 대출로 무리하게 집을 사는 의사결정은 어려운 문제일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금리 인상의 여파로 향후 5~8% 미만의 가계대출 금리를 지불하는 차주의 비중이 전체의 50%를 넘기게 된다면 가계 경제뿐 아니라 부동산시장 전체에도 상당한 압박감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수치를 염두에 둔 우려다. 앞서 국내 기준금리가 각각 3%와 2.5%를 기록했던 2008년 12월과 2009년 1월 당시 5~8% 미만 금리의 대출자는 각각 84.8%와 74.9%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5월을 기준으론 아직까진 3~4% 미만 금리의 대출자(55.7%)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같은 시기 4~5% 미만과 5~8% 미만 금리의 대출자 비중은 각각 23.7%와 6.9% 수준이다. 

같은 맥락에서 지난 14일 정부는 금융 민생 안정 대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소상공인‧가계‧청년‧서민 등 금융 취약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125조원 이상의 재원을 투입해 대환, 채무조정, 신규자금지원 등을 지원한다. 

특히 '도덕적 해이' 비판에도 2030세대 '빚투족'(빚을 내 투자함)의 재기를 돕기 위한 '청년 특례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청년층이 대출금으로 주식·가상자산 등 위험자산에 투자했다가 실패하며 과도한 빚을 지게 됐어도 채무를 조정받아 재기할 수 있도록 도와 미래 핵심 인력을 보존하겠다는 목적에서다. 
 

상반기 기준 생애 첫 주택 구매자 추이 [자료=법원 등기정보광장]


◆청년층 '불만 가중' 불가피...12년간 월급 16% 오를 동안 집값은 174% 급등

하지만 최근의 상황은 청년층의 불만을 가중할 여지도 높아졌다. 중산층에 진입하려는 방법의 하나로 여겨졌던 '자산 사다리'도 불가능해지면서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가능성에 따라 낮은 근로 소득을 저축하는 대신 대출을 통한 자산 투자조차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점을 찍었던 영끌을 비롯한 빚투는 유동성이 확대되고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동안 자기자본이 적어 자산을 늘리지 못하는 청년층의 집단적 두려움의 표출로 분석할 수 있다. 

구직 중개 사이트인 인크루트와 사람인의 통계를 종합했을 때, 지난 12년 동안 중소기업 대졸 신입사원의 평균 초임 상승률은 16.4% 수준이었다. 대졸 신입사원의 중소기업 평균 초임은 2010년 2475만원(인크루트)에서 2022년 2881만원(사람인)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대기업 대졸 신입사원 평균 초임이 3291만원에서 5356만원으로 62.75%나 오른 것에 비하면 소폭에 그친 정도다. 

반면 같은 기간 주택 가격은 두 배 이상 급등한 174.26%나 뛰었다. 서울 중소형 아파트(60㎡ 초과 85㎡ 이하)의 평균 매매가격은 2010년 4월 ㎡당 538.4만원에서 2022년 4월 ㎡당 1476.6만원으로 올랐다.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부동산R114에 따르면 5월 27일 기준 서울의 6억원 이하 아파트는 9만2013가구에 불과했다. 시세 조사 대상 아파트 121만2897가구의 7.6% 수준이다. 

비교적 접근이 쉬웠던 청약조차 분양가 상승세와 대출 이자 부담으로 점점 더 접근이 어려워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6월 말 기준 민간 아파트 분양가격 동향'에 따르면, 최근 1년간 서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2821만5000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2914만2300원) 대비 3.19% 하락했지만, 이는 분양가 하락보다는 서울 내 공급 부족에 따른 데이터 부족으로 인한 일시적 현상이었다. 서울의 평균 분양가는 같은 통계에서 지난해 7월 이래 3.3㎡당 3000만원을 웃돌았으며, 최근에는 원자잿값 인상에 따른 분양가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산층의 주택 구매력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KB주택구입잠재력지수(KB-HOI)는 2.6을 기록했는데 이는 해당 통계 작성(2009년 3분기) 이래 최저치다. 전년 동기(5.6) 대비로는 반 토막 수준이다. 이는 중위소득 가구가 서울에서 대출을 받아 구입 가능한 아파트는 하위 2.6% 수준에 불과하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내 집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기간도 점점 길어지고 있다. 아파트를 사기 위해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기간을 집계하는 소득 대비 집값 비율(PIR)은 지난 3월 기준으로 서울에서 최소 3.2년에서 최대 110.2년으로 나타났다. 소득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 가구가 서울에서 평균 가격이 가장 높은 5분위(시세 상위 80~100%) 주택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110년 넘게 모든 소득을 저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산층(소득 3분위)의 경우, 중간 가격(3분위 시세 상위 40~60%) 수준의 집을 사기 위해선 꼬박 18.4년이 걸린다. 이는 앞서 2014년 7~8월 당시에는 8.8년까지 줄어든 바 있다. 

한편 정부는 주택 구매 수요 위축을 완화하기 위해 이달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지역·주택가격·소득에 상관없이 80%로 완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주담대 대출 한도는 6억원 수준이어서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기자본이 필요한 데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까지 고려하면 쉽게 주택 구매 수요가 확대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12년(2010~2022년)간 중소기업 대졸 초임 상승률과 서울 소형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 증가율 비교 [자료=인크루트, 사람인, 한국부동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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