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일본 재계 단체인 일본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와 함께 제29회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했다. 1983년부터 매년 서울과 도쿄를 왕래하며 개최한 한일재계회의를 2019년 이후 3년 만에 재개한 것이다. 이날 회의에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장한 종근당 회장, 조현준 효성 회장,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등 재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특히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조주완 LG전자 사장, 이용욱 SK머티리얼즈 사장 등 2016년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전경련을 탈퇴한 4대 그룹 주요 계열사 사장들도 이번 회의에 참석했다. 양국의 관계 회복은 물론 전경련의 위상 회복도 겸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1998년의 한일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하자는 공동성명이 채택됐다. 한일공동선언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가 맺은 것으로 양국의 어두운 과거를 청산하고 미래지향적 관계를 이어가자는 내용이다.
수출 규제 폐지는 2019년 일본 정부가 조선인 강제동원과 관련한 국내 대법원의 배상 판결에 반발, 소부장 수출 규제를 단행한 사건을 거론하고 있다. 당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력 산업의 소재 수출이 전면 제한되면서 양국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일본의 소부장 수출 규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이 국산화에 힘써 일정 부분 성과를 냈지만, 아직까지는 독자 생존이 쉽지 않은 형편”이라며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 흐름에 비춰볼 때 실리적인 경제안보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잠정 중단된 무비자 입국 재개도 관심 사항이다. 국내 항공업계는 항공산업의 부활을 위해서라도 일본 무비자 입국이 빠르게 재개되길 바라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2018년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1050만명에 달하고 있다”면서 “무비자 입국 재개는 양국 경제 교류의 재개를 보여주는 첫걸음이자, 엔저로 인한 여행객들의 기대심리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양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국 경제계는 이날 회의에 이어 2023년 도쿄에서 제30회 한일재계회의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한일관계 개선은 김대중-오부치 선언에 답이 있다”며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고 모든 분야에서 협력을 강조한 이 선언을 지금에 맞게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한일 정상회담이 조속히 열려 상호 수출규제 폐지, 한일 통화스와프 재개 등 각종 현안이 한꺼번에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도쿠라 마사카즈 경단련 회장은 “한일관계가 어려울수록 1998년 한일 파트너십 선언의 정신을 존중하고 두 나라가 미래를 지향하면서 함께 전진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본 경제계에서도 한일 정상과 각료 간의 대화가 조기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화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