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생태계 흐리는 대부 중개업] 업황 침체에도 나홀로 성장…'채무불이행자' 늘린다

2022-07-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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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A 대부중개업체에 근무 중인 정씨는 작년 하반기에 월 700만원 수준의 높은 소득을 벌어들였다. 뉴스에선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대부업 시장 붕괴 우려 기사가 연일 쏟아져 나왔지만, 그와는 상관없는 딴 나라 이야기였다. 정씨는 “(최고금리 인하 후) 대부업체들이 담보 대출 취급량을 공격적으로 늘리면서 결과적으로 1인당 대출 금액이 훨씬 커졌다”며 “중개업체 입장에선 전혀 나쁠 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부중개업체들이 작년 하반기에도 ‘나홀로 성장세’를 이어갔다. 대부업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기조다. 여기엔 대부업체들이 위험성 관리 목적으로 담보대출 취급량을 늘려간 게 영향을 미쳤다. 담보대출은 신용대출보다 건당 취급액 규모가 훨씬 커, 수익성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중개업체 입장에선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 더 많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다. 문제는 중개업체를 통한 대출의 경우, 불필요한 건이거나 연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결국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중개수수료율을 1금융권 수준까지 낮출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건당 평균 중개금액 사상 처음으로 '2000만원' 돌파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하반기 대부중개업체의 중개 건수는 25만9000건, 중개금액은 5조3303억원까지 커졌다. 이는 직전 반기보다 1만9000건, 9582억원씩 각각 증가한 수치다.
 
1건당 평균 중개금액은 2058만원으로 집계됐다. 인당 중개금액이 2000만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재작년 상반기 1042만원에서 불과 2년도 안 되는 시간 동안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정부가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인하하면서, 대부시장 환경이 악화한 게 오히려 호재가 됐다. 이후 각 업체들은 신용보단 담보 중심의 영업을 펼치는 쪽으로 방향을 전면 수정했고, 건당 취급액을 끌어올렸다. 저신용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업권 특성상 단순 신용만으론, 최고금리를 적용해도 최소 수익성이 담보되지 못하는 게 이유다. 이때 부동산이나 자동차를 담보로 잡으면 위험도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실제로 작년 말 전체 대출 잔액 중 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52%(7조6131억원)로 신용대출 48%(7조298억원)를 상회했다. 담보대출 비중은 2019년 말 44.0%에서 2년 새 8%포인트나 늘었다.
 
이에 힘입어 중개업체의 작년 하반기 수수료는 944억원까지 커졌다. 상반기(922억원)보다도 22억원이 늘었다. 연간 합산 수수료는 무려 1866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이로 인해 다양한 부정적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대학생 및 취업준비생의 경우, 중개업체의 적극적인 마케팅으로 인해 불필요한 대출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중개업체를 통해 진행된 대출은 향후 연체로 직결되는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다. 중개업체는 향후 연체 등이 발생해도 책임 부담이 없는 만큼, 공격적인 영업에 나설 수 있다.
 
실제로 국내 한 포털 검색 사이트에 ‘대학생 대출’이라는 키워드만 입력해도 ‘무직자, 신용불량자 OK’ 등의 설명이 포함된 업체가 최상단에 노출된다. 이 중 대다수는 대부업 대출중개업체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비대면이 완벽한 금융 거래 문화로 자리 잡은 틈을 타 전화, 문자 등을 통한 영업량도 늘려가고 있다.
 
은행과 대부업 간 중개수수료율 격차, 7배 이상 벌어져
이를 바로잡기 위해선 ‘중개수수료율’의 정상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하반기 대부중개업체의 평균 수수료율은 1.8%에 달했다. 상반기(2.1%)보다 소폭 떨어진 수치다. 여기엔 정부가 작년 8월 대부 중개수수료 수취 한도를 기존 4%에서 3%로 1%포인트 하향 조정한 게 영향을 미쳤다. 2금융권의 중개수수료율이 너무 높아 불필요한 대출을 권하는 빈도가 크다는 지적을 반영한 조치다.
 
그럼에도 ‘여전히 과도한 수준’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결국 올바른 금융 생태계를 조성하려면 중개수수료율을 1금융권 수준까지 낮출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재 은행의 평균 수수료율은 0.25% 수준에 그친다. 은행과 대부업 간 중개수수료율 격차가 무려 7배 이상 벌어져 있는 셈이다. 업계에선 현재의 절반 수준을 적정선으로 보고 있다.
 
이는 대부업의 ‘서민 금융’ 역할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기도 한다. 높은 수수료율은 원가 부담을 더하는 직접적 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 말은 중개 수수료율만 낮춰도 저신용자 대상 대출 범위를 지금보단 넓게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분위기가 결국 빅테크 플랫폼 수수료 격차 확대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있다. 현재 2금융권은 토스,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로부터 1.5~2.0%의 중개 수수료율을 적용받고 있다. 이는 은행 중개 수수료율(0.2~0.5%)과 5배 이상 차이가 벌어지는 수준이다. 업계에서 전반적인 모집수수료의 정상화가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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