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이 쑥대밭이 된 세계 식량 시장을 구원할 수 있을까?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전 세계 식량 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여왔다. 우크라이나는 세계적인 식량 수출국이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수출길이 막힌 것은 물론 파종 등 농사도 힘들어지면서 그동안 주요 곡물의 가격은 크게 올랐다. 특히 밀 가격은 폭등했다.
최근 쌀 가격의 하락은 이런 측면에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남미의 이상기후까지 겹치면서 밀 공급이 급감한 가운데, 쌀이 최근의 식량 대란에 조금이라도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을지에 눈길이 쏠린다.
최근 쌀 가격의 하락은 이런 측면에서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남미의 이상기후까지 겹치면서 밀 공급이 급감한 가운데, 쌀이 최근의 식량 대란에 조금이라도 숨통을 트이게 할 수 있을지에 눈길이 쏠린다.
옥수수·밀 가격 오를 때 쌀 가격 하락세
2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시아 국가들의 주식인 쌀 가격이 올해 들어 국제시장에서 17%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6월 중순을 기준으로 세계 옥수수와 밀 가격이 올해 들어 각각 27%와 37% 오른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쌀 가격 하락은 쌀 공급이 늘어나면서 생긴 결과다.
쌀 생산은 증가했지만 밀과 옥수수 등의 곡물 생산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미국 농무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서 우크라이나의 밀 생산량은 전년 대비 35% 이상 감소한 2150만t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 전 세계 밀 생산량과 밀 재고량 역시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전 세계 밀 생산량은 7억7480만t으로 밀 재고량은 2억6700만t으로 봤다. 분석대로면 밀 생산량은 4년여 만에 감소하는 것이고 밀 재고는 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게 된다.
쌀, 밀과 함께 세계 3대 식량 작물로 불리는 옥수수도 생산량이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세계 최대 옥수수 생산과 수출을 도맡고 있는 미국 콘벨트에는 가뭄이 닥쳤다. 이로 인해 미국 농무부는 최근 오는 9월부터 내년 8월까지 1년간 미국의 옥수수 생산량이 3억6730만t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직전 1년 생산량인 3억8394만t에 비해 4.33%(1664만t)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다. 세계 3위 옥수수 수출국인 우크라이나의 상황도 좋지 않다. 미국 농무부는 오는 7월부터 내년 6월까지 우크라이나의 옥수수 생산량이 40% 감소한 2500만t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쌀 구매량 늘어나는 곳도···"식문화 차이가 식량난 해결 걸림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밀 생산량 감소와 항로 봉쇄, 남미의 가뭄 등이 더해져 밀 생산량이 줄었다. 이에 밀을 주식으로 삼던 일부 지역과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기아 수가 증가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3일 "지난해 우크라이나 곡물을 먹은 사람은 전 세계의 4억명에 이른다"며 "전쟁이 계속되면 120개 국가 기준으로 기아에 시달리는 이들이 4700만명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4월에도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이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지역의 적절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하는 사람의 수가 최소 33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와 관련해 사이먼 에베넷 세인트갤런대 국제무역·경제개발학 교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에서 (곡물) 공급이 중단되면서 식량난이 가중되고 있다"며 "주요 식량 생산국의 여름 수확량이 하반기 전 세계 식량 시장의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전쟁은 장기전으로 가고 있다. 대표적 밀 수출국인 인도의 경우 수출을 제한하는 등 밀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밀 가격이 최고치로 오르고 쌀 가격이 점점 내려가는 가운데 밀이 쌀을 대체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FAO에 따르면 일부 국가들은 벌써 쌀 구매를 더 늘리고 있다. 이란과 이라크는 해외에서 사오는 쌀 구매량을 점점 더 늘리고 있다. 아프리카 지역의 국가들은 올해 10% 더 많은 쌀을 수입하여 수입량이 사상 최고치인 1940만t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문화 차이를 거론하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각국의 식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쌀이 세계 식량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FAO 소속 경제학자인 셜리 무스타파는 WSJ에 "스파게티를 먹는 사람들이 쌀로 카르보나라를 만들라고 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기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