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만이 바꾼 기업] "규제 개선으로 100억 유동성 확보... 숨통 트였죠"

2022-04-0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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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현 우광이엔씨 대표이사 인터뷰

에너지 절약분으로 투자비용 회수

先투자 부담 커 돈맥경화 위기

작년 12월 채권양도금지 족쇄 풀려

대출금 갚고 직원 상여금도 챙겨줘

 
 

김태현 우광이엔씨 대표이사는 중소기업 옴부즈만과 한국도로공사 간 규제 개선 협의로 100억원에 이르는 자금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지난달 24일 경기 광명에 위치한 우광이엔씨 본사에서 김 대표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2050 탄소중립 시대를 앞두고 에너지 절약 전문기업(ESCO)이 주목받고 있다. ESCO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설비를 교체하고 추후 에너지 절감액으로 투자비를 회수한다.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에너지 효율 향상 필요성이 높아진 가운데 투자 부담을 낮추는 ESCO 역할은 한층 중요해졌다.
 
하지만 ESCO 사업은 점차 위축되는 분위기다. 관련 시장 규모는 2011년 3209억원에서 2020년 857억원으로 감소했다. 주된 이유로는 초기 투자비에 대한 부담이 꼽힌다. ESCO가 제3자의 에너지 사용 시설에 선(先) 투자한 뒤 투자 시설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절약분으로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이어서 중소기업으로서는 투자 비용을 감당할 여력이 안 된다는 지적이다.
 
연 매출 130억원 규모인 중소기업 우광이엔씨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우광이엔씨는 ESCO 사업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60%를 차지해 이른바 ‘돈맥경화’를 겪는 일이 종종 있었다. 하지만 발주처인 한국도로공사가 최근 매출채권 유동화에 나서면서 회사 운영에 숨통이 트이게 됐다. 지난달 24일 경기 광교에 위치한 우광이엔씨 본사에서 김태현 대표이사를 만나 사연을 들어봤다.
 
“한마디로 로또 같았습니다.” 김 대표는 도로공사 ESCO 사업을 수주했을 당시를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도로공사는 2018년 10월 고속도로 가로등과 터널등을 나트륨램프에서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하는 ESCO 사업을 공고했다. 이전까지 ESCO 사업 실적이 없던 우광이엔씨는 운 좋게 사업권을 따냈다.
 
우광이엔씨가 낙찰된 배경에는 경쟁업체가 적었던 점이 크게 작용했다. 30억원 규모인 사업을 진행하는데 공사를 맡은 기업에서 전액을 투자해야 했다. 하자 담보 책임 기간도 10년이나 됐다. 결국 경력 있는 업체들은 쉽게 뛰어들지 못했다. 김 대표는 “수익률이 떨어지는 사업인 건 분명했지만 젊은 패기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대학 때까지 아이스하키 선수로 활동하던 그는 졸업 후 전기공사 일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현장으로 향했다. 김 대표는 “공사 현장에서는 작업이 완성돼 가는 과정이 눈으로 보인다. 성취감에 짜릿하고 황홀했다”며 일을 시작한 계기를 떠올렸다. 그는 2013년 전기‧소방‧통신을 전문으로 하는 우광이엔씨를 설립했다. 2018년부터는 도로공사 건을 계기로 ESCO 사업에 손을 뻗었다. 
 
 

김태현 우광이엔씨 대표이사가 지난 24일달 경기 광명에 위치한 본사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경은 기자]

 
우광이엔씨는 이후로도 도로공사와 추가 계약을 맺고 현재까지 총 6건, 140억원 규모 사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도로공사는 1년에 6억3000만원에 달하는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 사업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공사는 3개월 만에 끝났지만 투자 비용을 회수하는 데는 하세월이었기 때문이다. 
 
도로공사는 투자 자금에 대한 상환금인 매출채권 양도를 금지해 왔다. 매출채권을 금융기관에 양도하면 초기에 자금 회수가 가능하지만 이를 막아 회수기간이 장기화됐다. 이에 ESCO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들 민원이 잇따르자 도로공사는 투자금 일부를 선지급하고 하자 책임 기간을 줄였다. 그럼에도 기업들 자금난은 해소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처음 30억원 규모 사업을 진행했을 때는 매달 회수된 금액이 1800만원에 불과했고 회수 기간도 너무 길었다”며 “초기에는 회삿돈으로 감당할 수 있었으나 결국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는 대출금을 전액 상환한 상태다. 지난해 12월 채권 양도를 금지하는 규제가 풀리면서다. 중소기업 옴부즈만은 지난해 11월 ESCO 측 애로를 듣고 도로공사와 규제 개선 협의에 나섰다. 옴부즈만 측 건의를 받은 도로공사도 적극 행정에 나서면서 협의 한 달여 만에 채권 양도를 허용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규제 개선 소식을 듣고 ‘야호’를 외쳤다”며 “갖고 있던 매출채권 100억원 중 70억원 정도를 양도하면서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 덕분에 대출금을 다 갚았고 직원들 상여금도 챙겨줄 수 있었다”며 “부지를 매입해서 사옥 건립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자금 융통을 계기로 ESCO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탄소중립이 시대적 과제로 떠오른 만큼 지자체, 공공기관 등은 에너지 절약 유인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ESCO 사업은 많은 비용을 투자하지 않고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어 더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옴부즈만과 도로공사 간 협업으로 우광이엔씨뿐 아니라 총 35개 기업이 1000억원에 이르는 자금 유동성을 확보해 새로운 도약을 꿈꿀 수 있게 됐다. 다만 김 대표는 아직도 많은 중소기업이 옴부즈만에 대해 알지 못한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그는 “중소기업 옴부즈만이 애로 해소를 위해 앞장서준 데 대해 감사한 마음이다. 옴부즈만의 규제 개선 효과를 체감했다”며 “그러나 중소기업인들이 옴부즈만을 잘 알진 못한다. 제도가 활성화돼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에 귀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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